기고

[문화단상]생선 먹을 때 뒤집지 마라

이용춘 수필가

어린 시절 가족이 함께 밥 먹을 때 할아버지께서 ‘생선을 뒤집어 먹지 마라’고 자주 말씀하셨다. 집안 제일 어른의 말씀이니 왜 뒤집어 먹으면 안 되냐고 여쭙지도 않고 그대로 따랐다. 가난했던 시절이라 생선도 생일이나 명절, 제사 등 특별한 날이라야 상에 올랐다. 그것도 온 가족이 먹기 충분한 양이 아니었다. 생선을 뒤집는 것은 생선 뒤쪽 면까지 다 먹는 것이다. 뒤집지 않으면 뒤쪽 면은 다른 사람이 먹을 수 있다. 할아버지께서 몇 저름 드시고 접시를 옆으로 밀어 놓으시면 다른 가족이 드셨다. 마지막에는 생선을 뒤집어 깨끗이 먹어 치웠다. 생선을 뒤집어 먹지 않는 것은 살림살이가 넉넉지 않았을 당시 가족이 함께 생선 맛을 볼 수 있는 지혜고, 배려였다.

중국 춘추시대 가장 훌륭한 재상으로 꼽히는 안영은 제나라 영공, 장공, 경공 등 세 군주 아래서 40년 동안 재상을 지내며 근검절약을 실천하고 충간과 직언을 올려 백성들의 신망을 얻고 나라를 부강하게 만들었다. 후세 사람들이 안영의 일화를 모아 문답식으로 엮은 책 ‘안자춘추’를 읽다가 할아버지께서 말씀하셨던 ‘생선을 뒤집어 먹지 마라’는 구절을 접했다. 경공과 안영이 함께 기(紀) 지역을 가다가 금 단지를 얻었는데, 그 속에 붉게 쓴 ‘식어무반(食魚無反) 물승노마(勿乘駑馬)’란 글이 있었다. 경공은 이를 ‘생선은 비린내가 나니 뒤집지 말라’, ‘둔한 말은 멀리 가지 못하니 타지 마라’는 뜻으로 풀이했다. 안영은 ‘생선을 뒤집어서까지 먹어 치우면 백성의 기름과 피를 빠는 것과 같고, 능력 없는 관료를 높은 자리에 앉히면 눈과 귀가 가려져 나라가 발전하지 못한다’는 말이라 했다. 경공은 이렇게 좋은 뜻이면 많은 이들이 볼 수 있게 걸어 놓아야 하지 않느냐고 안영을 나무랐다. 그러자 안영은 좋은 글을 많은 이가 볼 수 있게 걸지 않고 단지에 숨겼기에 나라가 망했다고 반박했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큰 나라를 다스리기를 작은 생선을 삶듯이 해야 한다”고 했다. 개혁의 명분이 아무리 옳더라도 시행과정에서 조심, 또 조심하라는 뜻이다. 지도자들이 곱씹어보아야 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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