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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스토리]K리그 최고 히트 상품…강원FC 양현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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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창단 강원FC, 바라던 ‘프랜차이즈 스타’ 탄생
EPL팀 상대 맹활약, 라운드 MVP, 대표팀 발탁까지

2008년 창단해 짧은 역사를 가진 강원FC가 올 시즌 그토록 원하던 ‘프랜차이즈 스타’를 갖게 됐다. 바로 올 시즌 K리그 최고의 히트상품으로 거듭난 양현준이다. 한국 최상위리그 팀의 주전, 3살 월반해 23세 이하 대표팀 발탁, 라운드 MVP,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팀 상대 맹활약, 이달의 영플레이어상 등 어쩌면 선수 생활 동안 하나라도 이루기 힘들 만한 일들을 양현준은 5개월여 만에 모두 이뤄냈다. 2002년생, 이제 겨우 스무살. 팬들 사이에서 국가대표팀 발탁과 유럽 빅리그 진출까지 거론되고 있는 상황에 충분히 거만해질 법 했다. 하지만 이 약관(弱冠)의 선수의 머리 속에는 오로지 ‘강원FC’ 뿐이었다. 팬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근본’이 넘치는 선수였다. 동아시안컵으로 짧은 휴식기를 갖고 있던 지난달 25일, 강릉에 위치한 강원FC 클럽하우스에서 진정한 강원의 프랜차이즈 스타 양현준을 만났다.

◇양현준이 강원FC 클럽하우스 훈련장에서 공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올 시즌 많은 주목을 받고 있지만 청소년 대표 경력이 없는 탓인지 유소년 시절에 대해 알려진 것이 별로 없다. 축구를 처음 시작한 것은 언제인가=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풋살을 시작했고, 4학년 때인 2012년 말 본격적으로 축구를 배우기 위해 부산 상리초로 전학을 갔다.

축구를 시작한지 1년 만인 2013년 대한축구협회 인재상을 받았다. 타고난 천재 아닌가=2학년 때부터 선수반으로 풋살을 했기 때문에 타고난 것까지는 아닌 것 같다. 다만 그 때도 드리블은 생각보다 잘 했던 것 같다.

중·고등학교 시절도 궁금하다=축구에만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이어서 거제로 가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아 거제 동부중(현 거제시 공공 스포츠 클럽)으로 진학했다. 1, 2학년 때는 토너먼트 대회에서 우승도 하는 등 팀 성적이 괜찮았다. 리그에서는 우승해본 적은 없지만 무패 준우승을 했었다. 하지만 원래 집인 부산으로 돌아가고 싶어 부산정보고로 진학했다. 1학년 때부터 꽤 많은 기회를 받았고, 3학년 때는 주장을 맡아 솔선수범하는 법을 배웠다.

◇양현준이 구단 버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경남 지역에서 자랐는데 첫 프로 팀은 강원이다. 어떻게 오게 됐나=학창 시절에 전술적으로 스스로 부족하다는 생각을 했다. 강원이 전술적인 축구를 하는 팀이어서 오게 되면 많이 배울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 오게 됐다.

B팀 소속으로 K4리그에서 데뷔했다. K4리그에서의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됐나=첫 성인 무대였기 때문에 경기에 뛴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도움이 됐다. 압박이 굉장히 강하고, 템포도 엄청 빨라 처음에는 너무 힘들었다. 템포는 K리그1이 훨씬 빠르지만 압박은 K4리그가 오히려 더 강했다. 좀 더 거칠고 타이트했다.

강원으로 와서 원래 포지션이었던 중앙 미드필더가 아닌 윙포워드로 포지션을 변경했다=초등학교 때는 섀도우 스트라이커로 뛰었지만 중, 고등학교 때 중앙 미드필더를 맡았다. 지난해 강원으로 와서 처음으로 윙포워드로 뛰게 됐다. 처음에는 굉장히 어려웠고, 어떻게 뛰어야 하는지 몰랐다. 하지만 원래도 공격적인 성향이 컸고, 자꾸 뛰다 보니까 재밌었다.

◇양현준이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중앙 미드필더는 드리블을 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데 드리블이 정말 뛰어나다=중앙 미드필더로 뛸 때도 경기에 몰입해 흥분하면 나도 모르게 드리블을 하는 습관이 있었다. 이때 당시에는 안드레스 이니에스타(비셀고베)의 플레이를 많이 찾아 봤었다. 요즘은 이니에스타나 다른 선수들의 영상을 잘 찾아보지 않는다. 롤모델이 딱히 없다.

지난 시즌 K리그1에서 9경기, 360분 출전했다. 올 시즌에는 벌써 20경기, 1,661분(22라운 기준)을 뛰었다. 1년 만에 이 정도 성장이 가능한 것인가=동계훈련 때부터 최용수 감독님이 뺏겨도 괜찮으니 자신 있게 플레이하라고 조언을 많이 해주셨다. 형들도 옆에서 정말 많이 도와주셨다. 개인적으로도 동계훈련 때 힘든 훈련을 소화하면서 많이 성장했던 것 같다. 또, 지난해보다 좀 더 편안하게 힘을 빼면서 플레이하다 보니까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었던 것 같다.

경기 전 마인드 컨트롤은 어떻게 하는가=지난해에는 많은 관중 앞에서 뛰어보는 것이 처음이어서 그런지 실수에 대한 두려움도 크고 경기에 몰입도 못했다. 이에 경기장에서는 다른 생각은 하지 않고 경기만 생각하기로 했다. 경기에 몰입해야 내가 잘 할 수 있는 플레이가 나왔다.

◇본보 기자와 인터뷰 중인 양현준.

관중이 많아 힘들었다고 했는데 토트넘전에서는 6만4,000여명 앞에서 맹활약을 펼쳤다=관중 수 차이가 워낙 크다 보니까 솔직히 처음 5분 정도는 긴장했다. 계속 몰입하자고 마인드 컨트롤했고, 경기에 몰입하게 되면서 즐겁게 공을 찼다.

경기 끝나고 손흥민과 대화는 나눴나=손흥민 선수께서 끝나고 팀 K리그 라커룸에 찾아오셨을 때 ‘몸 좋다. 잘 하더라. 열심히 해라’고 말해주셨다. 다른 토트넘 선수들과는 딱히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양현준이 공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유럽 빅리그에서 뛰어보고 싶진 않나. 혹시 드림클럽이 있는지=지금은 강원에서 뛰고 있다는 것 만으로도 큰 영광이다. 박지성(전북현대 어드바이저) 선배님이 계시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좋아했지만 지금은 강원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 생각 뿐이다. 국가대표팀 발탁도 아직은 먼 미래라고 생각한다. 그저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지 못하더라도 팀에 헌신하고 도움이 될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

올 시즌 드리블 성공 23회(22라운드 기준)로 리그 1위다. 상대해 본 수비수 중 가장 어려웠던 상대가 있는가=상대해 본 모든 선수가 힘들었다. 가장 힘들었던 경기를 뽑으라면 대구FC 원정 경기다. 대구 홈구장인 DGB대구은행파크가 비교적 좁아서 그런지 경기장이 주는 분위기 자체가 힘들어 애를 먹었던 기억이 있다.

최근 공격진의 폼이 상당히 좋다=팀적으로 호흡이 서서히 맞아져 가는 것 같다. 감독님께서도 많이 강조하셨고, 이제 선수들끼리 단단하게 뭉쳐지면서 효과를 보고 있는 것 같다. 또, 평소에 이정협 형, 김대원 형과 경기에서 어떤 움직임을 가질지 대화를 많이 하는데 이것도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형들에게 많이 의지하고 있다.

양현준 선수를 응원하는 강원 팬들이 정말 많다. 강원일보 ‘팬파중계’를 통해서도 많이 응원하시는데 팬 분들께 한 말씀해 달라=‘팬파중계’를 한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초반에 성적이 좋지 않았는데 끝까지 믿어주시고 응원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그럴 일은 없게 해야겠지만 혹여나 성적이 떨어지더라도 응원 부탁 드리고, 항상 최선을 다하는 강원FC가 되겠다.

떠날 것을 걱정하는 팬들도 많다=올 시즌이 끝나도 계약은 많이 남아 있다. 그런 걱정은 안 하셔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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