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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게릴라성 집중호우에 강릉 주문진읍 장덕2리 마을 폐허로 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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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10채 창고 1동 농경지와 밭 침수 피해, 도로 유실
주민 “자던 중 갑자기 물 들이닥쳐 몸만 겨우 빠져 나와”

◇17일 강릉시 주문진읍 장덕리 수해현장에서 주민들이 흙탕물로 범벅이 된 물건들을 세척하고 있다.

지난 16일 밤부터 17일 새벽까지 강릉시 주문진읍 장덕2리에 게릴라성 집중호우가 쏟아져 주택 10채와 창고 1동, 농경지 1㏊와 일부 밭이 침수되는 피해를 입었다.

수해 현장은 폐허로 변해 있었다. 시도 1호선 도로 일부가 붕괴됐고 마을도로 300m가 유실됐으며, 흙탕물이 집안 곳곳에 들어차 침대와 가전제품, 승용차와 오토바이까지 모두 물에 잠겼다.

주민 함선호(76)씨는 “밤에 잠을 자던 중 갑자기 물이 집 안으로 들어차 가까스로 몸만 빠져나오는 힘든 상황이었다”며 “집, 텃밭, 차, 창고 등 거의 모든 재산이 물에 잠겨 허탈한 마음에 이야기 할 힘도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함씨와 부인 이씨는 새벽 1시께 119구조대에 의해 구조됐고, 인근 딸의 집에서 뜬눈으로 밤을 지새야 했다.

특히 이 마을은 2002년 태풍 루사 때 큰 피해를 입은 곳이어서 주민들은 20년전 악몽을 떠올리며 불안에 떨었다.

◇17일 강릉시 주문진읍 장덕리 수해현장에 차량이 집앞까지 밀려들어와 주민들이 토사 제거 작업을 벌이고 있다.

주민들은 이 정도 비에 하천이 범람하면서 마을이 침수된 것은 떠내려온 나뭇더미들이 교량 밑에 쌓이면서 물길을 막았기 때문이라며 ‘인재(人災)’라고 주장했다.

강릉시 재난안전대책본부는 새벽 1시에 비상1단계를 발령하고 공무원과 소방대를 투입해 집에 갇혀있던 주민들을 구조했다. 현재 마을에는 덤프트럭 2대, 미니굴삭기 1대, 공무원, 군인 자율방재단원 등이 수해 복구작업을 벌이고 있다.

시 관계자는 “박스형 교량에 나뭇더미가 쌓여 하천이 범람한 것이 주된 원인으로 보인다”며 “해당 교량이 옛 기준에 맞춰 건설된 교량이므로 최신 기준에 맞춰 교량을 재개설할 예정”이라고 했다.

정확한 강우량도 측정되지 못했다. 마을 주민들은 100㎜ 이상의 폭우가 내린 것으로 추정했으나 기상청 기록상으로는 밤새 20.5㎜의 비가 내린 것으로 나왔다. 장덕리에 기상관측지점이 없고 주문진읍 관측소 기준에 따른 것이어서 정확한 현지 강우량을 파악할 수 없었다.

기상청 관계자는 “산으로 둘러싸인 지형으로 국지적 비구름이 정체된 현상”이라며 “점점 마을 단위의 국지성 호우가 많아지는 만큼 관측장비의 추가 확보가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17일 새벽 강릉시 주문진읍 장덕리에 기습폭우가 쏟아져 마을 도로가 유실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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