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달달한 음료 건네며 응원…감사의 편지 전하며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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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세대공감1·3]③바리스타 어르신

◇지난 1일 안일해(75)·이남이(70) 어르신들은 춘천고 3학년 9반 학생들에게 나눠줄 음료를 만들고 있다.

지난 1일 오전 8시부터 안일해(여·75), 이남이(여·70) 어르신은 카페에 출근해 학생들이 좋아하는 메뉴를 고민하며 분주히 움직였다. 고민 끝에 달달한 '바닐라라떼'와 '아이스티'를 선정, 각각 15잔씩 준비했다.

어르신들은 학교 점심시간에 맞춰 양손 가득 음료를 들고 춘천고 3학년 9반을 찾았다. 교실 문을 열자 학생들은 손뼉을 치는 등 환호와 함께 어르신들을 반겼다.

수능이 72일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바쁜 아이들을 방해하는 것이 아닐까 걱정했던 것도 잠시, 학생들의 환호에 어르신의 입가에는 자연스레 미소가 번졌다.

◇지난 1일 안일해(75)·이남이(70) 어르신은 춘천고 3학년 9반을 방문해 학생들에게 직접 만든 음료를 나눠주고 있다.

어르신들은 학생들에게 직접 음료를 나눠주며, 응원의 말도 잊지 않았다.

전영탁(춘천고 3년)군은 "수능이 얼마 남지 않아서 스트레스가 심했는데 큰 위로가 됐다"며 "어른은 아이를, 아이는 어른을 서로 이해해 세대갈등이 사라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영준(춘천고 3년)군 역시 "'라떼는 말이야', '틀딱', '꼰대' 등 서로를 비하하는 말이 사라졌으면 좋겠다"며 "사랑이 가득한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학생들은 음료와 함께 음료를 기부한 기부자들의 응원이 담긴 카드를 받게 된다. 카드에는 기부자인 어르신의 성함과 '아름다운 청춘을 위해!', '무엇을 하던 응원할게', '청소년들이 있어 우리가 행복합니다' 등의 메시지가 적혀있다.

카드 뒷면에는 감사의 인사를 전할 수 있는 칸이 마련돼 있어, 학생들은 '9월 모의고사 이후 힘든 시기인데 좋은 시간 마련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좋은 사람이 돼서 남에게 베풀겠습니다' 등을 적었다.

◇지난 1일 안일해(75)·이남이(70) 어르신은 춘천고 3학년 9반을 방문해 학생들에게 직접 만든 음료를 나눠주며, 72일 밖에 남지 않은 수능을 응원했다.

어르신들은 학생들이 쓴 카드를 읽으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학업에 지쳐 지루한 일상을 보내고 있을 학생들에게 작은 추억과 위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했던 일이 어르신의 마음에 큰 감동을 안겨준 것이다.

안일해 어르신은 "요즘 아이들은 여유가 없어 보여 늘 안타까웠다"며 "아이들이 여유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남이 어르신은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정말 손주 같고, 아이 한 명, 한 명이 참으로 귀하다"며 "아이들이 미래에 좋은 환경에서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더 좋은 어른이 되어야겠다고 늘 생각한다"고 밝혔다.

해당 카페는 '맡겨놓은 카페'로 어르신이 청소년을 위해 음료를 기부하면 청소년은 카페에 방문해 무료로 음료를 마실 수 있다. 학업에 지친 청소년을 응원하고, 지역 어르신과 청소년의 소통 창구 마련을 위해 조성됐다.

김소영 춘천남부노인복지관장은 "우리 복지관의 'cafe 방송길86'이 커피를 매개로 1·3세대가 함께 문화를 공유하는 따뜻한 공간이 되길 바란다"며 "청소년과 노인이 서로에 대한 선입견을 허물고, 서로를 위한 사랑과 존중을 보내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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