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깔끔한 매운맛 닭강정 정겨운 메밀전 "영월로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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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 양념·은은한 매운 맛 닭강정
부들부들하게 넘어가는 올챙이국수
동강서 잡은 다슬기 '신선'

■서부시장=영월 '서부시장,' 혹은 '서부아침시장'은 1959년에 개설돼 영월의 과거와 현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장소다. 초기에는 상인들이 아침에 농사 지은 작물들과 먹거리들을 가지고 나와 팔아서 '아침시장'이라 불렀다고. 지금도 서부시장 곳곳에는 직접 농사지은 옥수수며 감자, 제철 나물들이 가득하다. 그러나 관광객들에게 가장 인기 절정인 장소는 메밀전병, 메밀전집이 모여 있는 시장 안 쪽 전통 먹거리 장터, 그리고 닭강정을 파는 가게들이다. 요즘에는 '인스타 감성'을 타고 핫한 카페도 하나 둘 생겨나고 있으니, 놓치면 아쉽다.

#닭강정=서부시장을 찾는 사람들의 손에는 저마다 봉지가 하나씩 들려 있다. 열린 봉투 사이로 고소한 냄새가 솔솔 풍기고, 집에 가는 동안 식으면 더 바삭하고 맛있는 음식, 닭강정이다. 영월 닭강정은 인위적인 재료를 쓰지 않아 양념이 깔끔하고, 은은한 매운 맛이 포인트이다. 신선한 재료와 국내산 닭으로 튀겨 하루가 지나고도 기름 절은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점도 중요한 장점이다. 시장 안에서 가장 줄이 길게 서 있는 집은 '일미닭강정'이다. 원래 생닭을 판매하는 닭집이었던 곳을 2010년께 서부시장 안 현재 자리로 옮겨 영업하게 됐다고. 겉에서부터 매콤달콤하게 녹아드는 양념이 반짝이는 속초의 닭강정과 달리, 일미닭강정의 매운맛 닭강정은 양념이 닭 안에 스며들어가 있는 느낌이다. 그래서 한 입 물면 바삭하고, 씹으면서는 고소한 닭 육질 안에 양념의 깊은 맛이 입 안으로 퍼진다. 식어도 맛있으니, 영월을 방문했다면 한번쯤 방문해 맛 보기를 권한다.

#메밀전=명실상부한 서부시장의 전통적 자랑거리는 '메밀전' 이다. 시장 안쪽으로 들어가면 아침부터 메밀 부치는 소리가 호기심을 자극하고, 간이 의자에 걸터앉아 후루룩 넘기는 사람들의 모습이 정겹다. 이 중 가장 오래된 집은 '미탄집.' 1985년 이 곳 서부시장에서 처음 메밀전을 부쳤다는 박양자(73) 대표가 시작해 이제는 며느리 전명숙(49)씨가 이어받은 맛집이다. 영월 메밀전병의 특징은 다른 지역과 달리 속 양념을 볶는다는 점이다. 강원 영서지역 특유의 매콤하고 깔끔한 김치소가 기름에 볶이면서 한층 더 깊은 맛을 낸다. 한 입 먹어보면 고소한 메밀 전분과 어우러져 묵직한 맛이 난다. 올챙이국수를 시키면 옥수수 전분으로 만든 배가 통통한 올챙이 모양 국수에 자른 김치가 한 그릇 안에 담겨 나온다. 부들부들하게 입 안으로 쑥쑥 넘어가는데, 한번 맛보면 영월의 정서가 마음으로 다가온다.

■덕포5일장=매달 날짜 끝자리가 4, 9일인 날이면 영월대교를 건너며 제방둑 위에 길게 늘어선 천막들을 발견할 수 있다. 영월의 명물 '덕포5일장'이다. 영월대교가 끝나는 부근부터 600m 길이로 이어지는 5일장은 온 사방이 먹거리다.

#시장 먹거리=입구부터 고소한 김 굽는 냄새가 코를 자극하고, 몇 걸음 가다보면 족발집 사장님이 숭덩숭덩 족발을 썰며 한 입 하고가라며 권한다. 이중 제일은 유영애(여·74)씨가 36살 때부터 나와 팔았다는 인절미다. 한 아름이 덜 되는 솥에 직접 찰떡을 지어와 주문을 받는 즉시 직접 빻은 콩가루에 굴려주는데, 영월 사람들 사이에서 '명품 인절미'로 통한다. 시장통닭도 먹어볼 만 하다. 거대한 가마솥 두 개를 갖다 놓고 그 자리에서 염지한 통닭을 튀겨준다. 다른 곳과 다른 덕포5일장의 특징은 신토불이 자리가 마련돼있다는 점이다. 영월 주민들이 직접 농사지은 작물을 가져와 파는 자리다. 시장 중반까지 걷다보면 투박하지만 신선한 작물들이 늘어선 공간을 찾을 수 있는데, 그곳이 바로 신토불이존이다.마늘, 들기름, 고구마줄기, 더덕, 꼬들빼기, 팥 등 품질 좋은 작물을 저렴한 가격에 만나볼 수 있다.

#성호식당=영월 사람들과 뗄레야 뗄 수 없는 존재는 바로 동강이다. 태백에서 발원해 서울로 흐르는 동강은 옛부터 영월 사람들의 생계수단이자, 교통로, 마음의 고향이었다. '다슬기'는 이같은 동강을 맛으로 느껴볼 수 있는 메뉴다. 그 중에서도 '다슬기향촌성호식당'은 40년 넘게 한 자리를 지키고 있는 터줏대감이다.이 집 해장국은 푸르스름한 국물빛을 띄는 것이 특징이다. 영월의 동강, 서강, 남한강에서 잡히는 다슬기만 취급하고 있기 때문. 다른 지역에서 잡힌 다슬기는 씨알이 굵더라도, 끓이면 노란빛이 나지만 영월 다슬기는 크기가 작아도 끓이면 푸른 국물이 우러나온다고. 국물이 푸를 수록 비린 맛이 적고 구수하다고 한다. 다슬기와 우거지를 듬뿍 넣어 다글다글 끓인 해장국은 첫 입엔 잘 끓인 된장 해장국 같은데, 꼭꼭 씹다보면 깨끗한 계곡에서 날 법한 향이 풍미를 더한다. 탱글한 식감이 느껴질 때마다 독특한 향이 번지는데 전혀 비리지 않다. 그날 준비된 재료가 끝나면 영업을 종료하니 주의해야 한다. 주말에는 오후 2시면 주문이 마감된다.

#박가네= 영월로 유배 온 조선 6대 어린 임금 단종에게 백성들은 영월 곳곳에서 자라는 어수리나물을 진상했다고 전해진다. 단종은 어수리나물을 처음 맛보고 오랫동안 떨어져 지내던 부인 정순왕후의 연한 분 내음같다며 즐겨 먹었단다. 절벽과 강으로 둘러싸인 유배지에서 그가 그리움을 삭이며 먹었을 이 음식을 박가네에 가면 정식으로 맛볼 수 있다. '단종의 밥상-어수리나물밥 더덕정식'을 시키면 초록빛깔 어수리밥과 푸짐한 반찬이 나온다. 봄철 갓 수확한 후 급속 냉동해 신선한 어수리를 넣어 만든 잡채, 전, 인절미를 맛볼 수 있다. 촉촉한 어수리나물은 부드럽고 씹으면 씹을 수록 은은한 향을 낸다. 여기에 뚝배기에 담겨나와 아삭함을 갖고 있는 더덕구이, 무청시래기를 넣고 끓인 막장찌개, 곤드레장아찌. 꼬들빼기 등 반찬도 다채롭다.

■영월 곳곳, 특색 담긴 디저트=서부시장 안에는 일회용 커피잔을 간판에 걸어놓고 영업하는 독특한 카페가 있다. 이 곳의 정식 명칭은 '중부내륙,' 시그니처는 커피와 생크림이 함께 담긴 '아인슈페너'다. 프랜차이즈 카페와 달리 정말 국내산 우유로 만든 생크림을 사용해 텁텁하지 않고 고소 담백한 맛을 자랑한다. 영월산 곡물로 만든 '영월미숫가루' 와 산미 있는 원두로 고소한 맛을 배가시킨 카페라떼도 빠지면 아쉽다. 마치 농도 진한 생크림을 농축한 듯 고소한 우유의 맛에 오래 볶은 원두를 바로 내린 듯 깊은 향이 더해져 마시는 이의 코와 입을 함께 자극하는 '인생 라떼'다.

덕포 5일장 인근 빵집 ‘이달엔 영월’에 가면 영월 특산물로 만든 빵을 잔뜩 맛볼 수 있다. 특히 곤드레나물을 넣은 한반도 모양의 빵. 고추절임이 들어간 고추치즈베이글과 직접 만든 호박 식혜도 추천이다. 전윤재(58) 대표가 2018년부터 운영중인 영월읍의 카페디엠에서도 직접 만든 패션후르츠, 청포도라임, 자두, 샤인머스캣청을 넣은 에이드와 눈꽃처럼 갈린 우유가 들어간 빙수가 더위를 잊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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