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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의맛·지역의멋]은하수 쏟아지는 하늘 아래 첫 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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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명·찾 가이드](9)태백 고원으로 떠나는 여행

◇전국적인 별바라기 명당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해발 1,312m 함백산 은하수길에서 바라본 가을 밤하늘. 머리 위로 수억개의 별이 반짝이며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사진=신세희기자

태백 여행은 굽이길부터가 시작이다. 고속도로 위를 쌩쌩 달리던 자동차가 가파른 오르막에 속도를 늦추기 시작하고 격랑처럼 솟구치던 산자락들은 어느 순간 내려다보는 풍경이 된다. 머리 위 떠 있던 뭉게구름마저 곁으로 다가와 눈높이를 맞출 즈음, 모습을 드러내는 이곳. ‘하늘 다음 첫 도시’ 태백이다.

태백은 평균 해발고도 902.2m로 전국에서 가장 고지대에 위치한 지역이다. 그래서일까, 까마득한 옛날 단군조선시대부터 조상들은 태백산 정상에 천제단을 쌓고 하늘에 제사를 지냈다고 한다. 인간의 바람이 닿을 만큼 하늘과 가까운 장소라고 여긴 것이다. 조상들이 간절한 바람을 올려보내던 그곳에서, 오늘날 현대인들은 잃어버린 별을 찾는다.

고원지대인 데다 빛 공해 지수가 낮은 태백은 별 보기 좋은 지역으로 꼽힌다. 그중에서도 해발 1,312m 함백산 은하수길은 태백시가 보장하는 별바라기 명당이다. 함백산 은하수길은 다른 명당들과 달리 찾아가는 길이 어렵지 않은 것이 장점이다. 태백의 중심지인 황지동에서 함백산 중턱까지 도로가 잘 닦여 있다. 길을 따라 오르다가 맘에 드는 스폿에 차를 대고 불빛을 모두 끄면, 말 그대로 ‘별세계’가 펼쳐진다.

◇풍력발전기와 이국적인 고원 풍경으로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매봉산 바람의 언덕. 사진=신세희기자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에 당황하는 것은 잠시. 머리 위로 수억개의 별빛이 피어오르는 비현실적인 장면에 순식간에 마음을 빼앗기고 만다. 쾌청한 태백의 가을하늘은 페가수스, 안드로메다 등 별이 쏟아지는 하늘 속 길잡이가 돼 주는 별자리들을 선명히 보여준다. 풍경 뒤로는 찌르르르 풀벌레 소리가 운치를 더한다.

밤의 태백이 감성을 자극했다면, 아침의 태백은 생명력을 뽐낸다.

매봉산 바람의 언덕이 대표적인 장소다. 바람의 언덕은 1960년대 정부가 화전 정리사업을 벌이면서 산을 개간하고 화전민에게 내어준 땅이다. 화전민들이 일궈낸 배추밭에 풍력발전기가 들어서며 특별한 풍경이 완성됐다. 고원의 찬바람을 맞으며 무심하게 돌아가는 풍력발전기와 푸른 배추밭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에 평화로움이 차오른다.

구문소 역시 빼놓을 수 없는 태백의 명소다. 태백 시내 한복판의 황지연못에서 솟아난 물이 태백의 높은 계곡을 만나 물길을 만드는 곳이다. 원래 이곳은 거대한 석회암 산이 물길을 막고 있는 모습이었는데, 1억년이 넘는 오랜 세월 끝에 물줄기가 암석을 뚫으며 구문소가 생겨났다고 한다. 암석 구멍을 통과해 내달리는 물줄기를 따라가다 보면 끈질긴 자연의 생명력에 경외심을 갖게 된다.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계절,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 함백산 입구에 차를 세우고 누워 별빛을 보면 세상 복잡한 일은 전부 뇌리 바깥으로 흐르고, 잠깐 머물다 가는 지구에서의 시간도 제법 소중하게 느껴진다. 우리는 모두 별의 조각들로 이뤄진 존재라고 했던가. 올가을에는 소중한 사람과 함께 태백에서 서로의 우주를 탐방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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