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일반

송호근 교수 "춘천은 인생의 중요한 때 보낸 곳, 발전 기여하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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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만에 춘천 돌아온 송호근 전 서울대 석좌교수
"한국사회 문제 진단하는 글 집필 계속할 것"

◇송호근 한림대 석좌교수가 지난 11일 한림대 연구실에서 본보 이명우 사회부장과 인터뷰하고 있다. 김남덕기자

지난 8월 포스텍을 퇴임한 송호근 전 서울대 석좌교수가 지난 1일부터 한림대에 부임했다. 한림대에서 새롭게 개원한 '도헌학술원'초대 원장이라는 직책이다. 춘천으로 돌아와 연구에 매진하고 있는 송 교수를 지난 11일 연구실에서 만났다.

30년만에 춘천에 돌아오셨다. 기분이 어떠신가=춘천이 인생의 중요한 때를 보낸 곳이어서 정이 많이 들었다. 박사학위를 받은 뒤 공항에 내려서 바로 왔는데, 여기가 내 청춘을 바칠 곳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한림대에서 원없이 일했던 기억이 있다. 사회학 대학원을 만들었는데, 5명 선발에 지원자 20명이 몰렸다. 학교에서 너무 놀라서 지원자를 15명으로, 20명으로 점차 늘렸다. 당시 젊은 인재들도 다수 배출하는 등 성과도 컸다. 그러나 지금 춘천을 생각해보면, 도시가 수도와 떨어져 있으면서 발전이 늦는 것 아닌가 하는 느낌도 있다. 춘천의 자원과 접목해 발전할 수 있도록 기여하고 싶다.

춘천에서 하실 연구는=한림대에서 도헌학술원이라는 새로운 자리를 맡았다. 일송학원 윤대원 이사장의 아호를 딴 연구원이다. 춘천 시민들과 어떤 지역 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을지 고민해보고자 한다.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는 일은 돈이 아닌, 관심의 문제다. 예전에 춘천에 아파트가 2곳밖에 없던 시절, 어떻게 지역의 주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했던 적이 있다. ‘춘천리포트’ 라는 이름으로 보고서도 냈다. 지역에서 자발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중앙정부에 건의하기도 하는 과정을 돕고 싶다.

◇송호근 한림대 석좌교수가 지난 11일 한림대 연구실에서 본보 이명우 사회부장과 인터뷰하고 있다. 김남덕기자.

우파 논객이라는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나는 경제문제는 보수, 사회문제는 진보다. 정권과는 항상 거리를 두려고 한다. 지적인 거리두기를 하면서 사안을 객관적으로 보려고 한다. 예전에 ‘소득주도 성장론’이 왜 잘못됐는지 청와대에서 2시간동안 이야기한 적이 있다. ‘소주성’은 경제학적으로도, 사회학적으로도 말이 안 된다. 노동하는 사람도 아름답지만, 임금을 주는 사람도 아름답기 때문이다. 경제 문제는 고용을 어떻게 늘리느냐가 핵심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비정규직을 더욱 양산할 뿐이다.

사회 양극화에 대해 어떻게 진단하나=현재 한국사회는 양극화돼 통합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물론 유럽도 피할 수 없는 세계적인 현상이다. 불평등과 양극화, 생태위기가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는데, 정치권은 여전히 민주화 35년의 혜택을 사적으로 편취하려는 욕심에 차 있다. 민주화를 자신들이 실현시켰다는 도취 의식이다. 그러나 변화하는 세상을 받아들여야 한다. 성 평등 문제, 인권문제가 이전과 같은 문제가 아니라 매우 크고 중대한 문제라는 뜻이다. 한국시민들은 민주화 이후 30여년간 민주주의가 무엇인지에 대해 꾸준히 학습해왔다. 이제는 ‘광장에 나가는’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전에, 서로 토론하고 숙의하는 하나의 과정을 더 거쳐야 한다.

지방대 소멸의 시대, 지역 발전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나=모든 지역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갈 수는 없다. 반도체 인력 양성이 필요하다고 해서 모든 대학이 뛰어들어야 하는 것이 아니다. 젊은이들이 하나같이 뭘 해야 한다고 정해놓는 레토릭은 잘못됐다. 지역이 균형있게 발전하려면 지역의 특성과 발전할 수 있는 개별적인 방향을 생각해야 한다.

송호근 교수는=한국의 대표적인 사회학자다. 지난 1989~1994년 사이 한림대 사회학과 교단에 섰고, 이후 양극화와 사회갈등 심화에 대한 다수의 연구 업적을 내며 2018년 서울대 최초의 인문·사회학 분야 석좌교수로 임용됐다. 대표 저서로는 '칼 만하임의 지식사회학 연구', '인민의 탄생', '시민의 탄생'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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