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강원의맛·지역의멋]낭만 가득 숲 속 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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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명·찾 가이드 (10) 원주 가을여행
대하소설 '토지'의 고향…곳곳마다 동네 작은 책방…자연속 독서공간서 힐링

◇숲속에 위치한 원주 ‘터득골 북샵'' 내부 전경

생명이 익어 가는 계절이다. 피부에 닿는 공기의 온다가 바뀌었음을 만끽하며, 익어가고 있는 것들과 만나러 원주로 달렸다. 차창 밖으로 푸릇푸릇한 이파리들이 빨갛게 옷을 갈아입는 광경을 본다. 초록빛 감이 끝부분부터 주황빛으로 물들어 가는 모습과 마주한다. 가을 들판, 추수를 기다리고 있는 벼들이 황금빛을 낸다. 한 권의 책에는 알알이 익은 작가마다㎏의 사상과 감정이 담겨 있다.

◇. ‘오냐의 집''은 책도 읽고 차임을 치며 소원도 빌 수 있다.

숲 속에 자리한 터득골 북샵을 비롯해 원주에 있는 몇 개의 책방을 드나들었다. 다양한 사람이 만들어낸 책방은 공간마다 다른 분위기가 묻어나왔다.

공통점은 책장마다 두 팔 벌리고 다가오는 책들이 가득하다는 것. 보물같이 발견한 책방을 들어서면 수많은 세계가 책 속에 덮여 있다. 조심스레 책을 열면 이야기들을 찬찬히 풀어놓기 시작한다. 잠시나마 책 속에 파묻혀 문학의 향기를 맡으니 생각이 느리게 흐르는 기분이다. 바삐 움직여야 할 상황과는 다르게 마음 속에 아늑함이 차오른다.

◇ 우거진 수풀 사이로 자리 잡은 ‘터득골 북샵'' 입구

원주는 문학과 인연이 깊다. 원주를 제2의 고향으로 삼은 박경리 작가가 대하소설 ‘토지’ 4, 5부를 집필한 곳이며 원주 출신 무위당 장일순 선생의 생명사상은 협동조합운동뿐 아니라 지역 문학에도 영향을 미쳤다. 원주는 2019년 유네스코 문학창의도시로 지정되기도 했다. 도시 곳곳 박경리 작가가 집필하던 토지문화관, 박경리문학공원, 원주시그림책센터 일상예술, 생명협동교육관, 원주한지테마파크 등 문학의 향기가 흐르는 공간들이 있다.

◇가을날 햇살을 맞으며 책 고르는 즐거움을 만끽해 보자.

독립출판물 전문 책방부터 시끄럽게 수다를 떨어도 괜찮은 방, 책을 먹으며 맥주를 한잔 할 수 있는 방, 큐레이터가 함께 운영하는 방, 한옥에 마련된 방 등 책으로 둘러싸인 다양한 방도 자리한다. 원주 곳곳에 있는 책방을 들여다보러 원주를 가로지르는 동안 다시 차창 밖으로 영근 벼들을 본다. 남한강 상류를 이루는 기름진 섬강 주변에서 잘 자란 토토미다.

느려진 생각은 ‘얇은 벼 껍질 하나가 채워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일이 있었을까, 얼마나 많은 생명이 함께했을까’에 다다른다. 장일순 선생이 말하기를, 나락 한알 속에 우주가 있다고 했던가. 사람이 먼저고, 자연이 먼저고, 생명이 먼저라고 했던 그의 말을 곱씹어본다. 생각이 뻗어 나간다. 모든 어지럽고 아픈 것을 뒤로하고 생명의 소중함이 먼저임을 생각해 본다. 몸을 데워줄 따뜻한 음식들을 먹으며 음식 재료 하나에도 고마운 마음을 느껴 본다. 책에서 찾은 여유 덕분이다.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 원주에 자리한 여러 동네 책방을 찾아 내 생각의 공간을 넓혀 보는 건 어떨까. 책 속에 파묻혀 다른 세계를 마주하며 일상의 고단함을 씻기도 하고 머리와 마음을 채워줄 이야기를 얻어 보자. 기다리고 있던 책들이 환영할 테다. 많은 것들의 도움으로 알알이 꽉 차게 세상에 나온 책들과 함께하다 보면 내 영혼도 느리지만 잘 익어갈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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