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더 버틸 수 없다”는 중소기업 절규 귀 기울여야

대출 금리 3개월 새 두 배 오르자 줄도산 위기
금융 취약계층·한계기업 지원책 마련 시급
각종 규제 풀어 민간에 활력 불어넣어야 할 때

대출 금리가 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중소기업들을 비롯한 금융 취약계층이 혹독한 시련을 맞고 있다. 중소기업들은 가파른 이자 부담에 줄도산 위기에 놓였다. 중소기업은 지역경제의 실핏줄 역할을 한다. 이들의 몰락을 외면한다면 결국 이는 지역경제 전체의 위기로 되돌아올 수밖에 없다. 올 7월 신공장 착공에 나선 춘천 A중소기업은 불과 3개월 사이 금리가 두 배가량 뛰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당시 2.8%였던 대출 금리가 이달 들어 7%까지 뛰었기 때문이다. 9월 예금은행 신규 취급액 기준 국내 중소기업 대출 금리는 4.87%로 2014년 1월(4.88%) 이후 8년8개월 만에 최고다.

특히 올 6월 0.27포인트, 7월 0.30%포인트, 8월 0.29%포인트 등 3개월간 오름폭이 두드러졌다. 대출 금리 상승 기조가 확실해지면서 기업들의 대출 규모는 둔화되고 있다. 올 들어 도내 중소기업 대출 규모는 5월 3,557억원으로 최고를 찍은 이후 6월 2,479억원, 7월 1,349억원, 8월 2,543억원 등으로 급격히 낮아졌다. 이자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3년 연속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는 한계기업이 전체 기업의 15%에 달한다고 한다. 중소기업은 100곳당 16곳이 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한계기업 비율은 올 연말엔 19% 수준까지 올라갈 전망이다. 그동안 초저금리로 근근이 버텼는데 경기 둔화와 환율 상승,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부담이 불어난 데다 이자 비용까지 급증한다면 빠른 속도로 부실에 내몰릴 것이다. 채무 재조정 제도 확충을 비롯한 취약계층과 한계기업 지원책이 시급하다. 금리 인상은 중소기업 등 취약계층부터 타격을 준다. 여기에다 빚 많은 가계와 기업의 이자 부담이 커지고 버티기 힘든 한계 상황에 직면하게 될 곳도 나올 것이다. 가계 대출이 1,800조원을 넘어서 금리가 1% 포인트만 올라도 부담해야 할 이자가 연 18조원 늘어난다. 코로나 와중에 빚으로 연명했던 중소기업, 초저금리 시대에 빚내서 집 사고 주식·코인에 투자했던 젊은 층에 이자 부담이 가중될 것임은 불 보듯 하다.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를 조장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부채 취약계층의 채무 구조조정 및 구제 방안 등을 적극적으로 가동해야 한다. 금리 인상은 가계 소비와 기업 투자를 위축시켜 경기를 가라앉게 만든다.

금융 불안과 실물경제 침체가 동시 진행되는 복합 위기 앞에서 정부가 동원할 수 있는 정책 카드도 많지 않다. 전 세계가 금리를 올리는데 우리만 낮출 수도 없고, 인플레이션 속에서 재정 자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기도 어렵다. 금융·재정 수단이 제한된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은 결국 공급 측면에서 민간의 활력을 살리는 것뿐이다. 기업 활동을 옥죄는 규제를 풀고 각종 장벽과 문턱을 낮춰 부담을 덜어주면서 혁신의 힘으로 침체의 터널을 빠져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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