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월요칼럼]신중년 'N잡러'에 도전하라

권도형 한국은퇴설계연구소 대표

은퇴를 하지 않은 50대 이상 장년층이 ‘반퇴’를 자처하고 있다. 반퇴란 장기간 종사한 직장이나 직업에서 퇴직 한 후 경제적인 이유로 다시 경제활동에 뛰는 드는 현상인데 그 이유는 ‘충분하지 못한 노후자금’이다. 한 우물, 평생직장은 이제 옛말이다. 지금과 같은 반퇴 시대는 말할 것도 없다. 기업에 정규직으로 취직하지 않더라도 다양한 형태로 기업과 일할 수 있는 옵션이 생겨나고 있다. 은퇴 후 점점 좁아지는 취업문을 뚫는 대신 창업가, 창직자 등 새로운 형태의 자기고용을 시도할 기회도 많아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파트타임이나 프로젝트 형태로 여러 기업들과 동시에 일을 하는 프리랜서나 멀티잡(multi-job) 직업인으로 나아가는 것은 지혜로운 선택이 될 수 있다.

장기적이고 새로운 관점으로 직업설계가 필요한 시대다. N잡러의 관점으로 직업관을 바꿔보면 어떨까. N잡러란 2개 이상의 복수를 뜻하는 ‘N’, 직업을 뜻하는 ‘job’, 사람이라는 뜻의 ‘러(-er)’가 합쳐진 신조어로, 생계유지를 위한 본업 외에도 개인의 자아실현을 위해 여러 개의 직업을 가진 사람을 의미한다. N잡러는 투잡족과 비슷한 듯 다르다. 본업 외 부업이 있다는 점은 같을 수 있지만 기존 투잡족은 본업만으로는 부족한 수입을 벌충하기 위해 대리운전, 편의점 창업 등 자신의 흥미와 관계없는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N잡러는 경제적 이득도 물론 중요하지만 본업에서는 충족할 수 없는 자아실현을 중시한다. 퇴근 후 1인 크리에이터 활동을 위해 방송 장비를 장만하고 영상편집을 시작한다거나, 자신에게 맞는 기술 교육을 배워 제2, 제3의 직업을 갖기도 한다. 취미로 시작한 활동이 전문성을 띠게 되어 돈벌이가 되기도 하고, 더 나아가 본인의 재능을 플랫폼에 올려 상대적 전문성을 판매하기도 한다.

은퇴 후 N잡러를 추구하는 사람이라면 여가 시간을 활용해 본인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기술 교육을 찾아보는 것으로 시작해 보자. 고용노동부나 전국 각지의 고용센터를 통해 직장인 국비지원 교육을 활용할 수도 있다. 자격증 취득과 취업 알선까지 지원해주는 공립기관인 기술교육원을 활용하는 것도 유용하다. 그리고 각 지자체의 여러 정보와 폴리텍대학 등의 정보를 관심 있게 본다면 분명 방법은 있다.

기술 교육이외에도 N잡러로 가는 길은 여러 가지가 있다. 글쓰기를 수입으로 만들 수 있는 다양한 플랫폼이 발전하고 있다. 자신의 은퇴생활이나 관심사 등 다양한 주제의 글을 게재한 후 책으로 출간하기도 한다. 프리랜서 마켓 플랫폼도 존재하는데, 글쓰기 외에도 다양한 전문분야의 노하우를 거래할 수 있다. 디자인, IT·프로그래밍, 영상·사진·음향, 마케팅, 문서·글쓰기 등 전문분야에서 많은 전문가들이 활동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의 진입 장벽이 낮아진 것도 신중년에게 좋은 소식이다. 과거와 같이 쇼핑몰을 차리지 않고도 온라인으로 물건을 팔 수 있는 보다 간편한 플랫폼도 인기다.

은퇴를 앞둔 사람들 중 상당수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한다. 실제로 대다수는 구체적인 계획이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렇다 해도 자아실현, 취업을 통한 생계유지나 창업, 자기계발 등 어떤 목적을 갖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먼저 찾아보는 것이 효과적이다. 지금부터 제2, 제3의 직업을 준비를 시작하자. 시간이 부족하다고 조급할 필요는 없다. 미래 소득을 위한 필수 투자라 생각하고 시간이 걸리는 것을 인내하라. 그리고 효과적인 준비를 통해 즐겁고 자발적으로 일을 즐기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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