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당리당략을 떠나 국민의 입장에서 새해 예산안을 처리해야 한다. 2014년 국회선진화법 도입 이후 정기국회 내 예산안 통과가 불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국회에서는 내년도 예산안이 논의되고 있지만 정부의 첫 예산안 법정기한(12월2일)은 이미 열흘을 훌쩍 넘겼다. 여야는 김진표 국회의장 중재로 오늘(15일)까지 예산안 합의안을 처리하기로 뜻을 모았지만 ‘평행선 대치’를 이어 가고 있다.
여야는 민생위기가 심각한 만큼 하루라도 빨리 합의안을 도출해야 한다. 여야는 법인세 인하를 놓고 극심한 대립을 보이고 있다. 여당은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낮출 것을 주장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7위 수준인 법인세를 인하해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산업의 투자를 유인하자는 논리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법인세를 낮추면 배당 등으로 재벌만 이익을 보니 ‘초부자 감세’라는 입장이다.
여기서 분명한 사실은 투자 확대와 일자리 창출로 성장 동력을 만들어 내는 것은 기업이라는 것이다. 대기업 법인세 인하 효과가 얼마나 되는지는 계량화할 수는 없다. 그러나 글로벌 경제의 흐름인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대만과 일본 반도체의 경쟁력은 세제 지원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여기에다 내년 경제는 더욱 암울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 한파에 따른 경기 둔화 압력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경제가 본격적인 혹한기에 들어서고 있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된다. 대다수 국내외 주요 기관의 내년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1%대에 그친다. 한국은행이 1.7%,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1.8%로 내다봤다. 여야는 이 같은 상황에서 감정적인 대응을 내려놓고 새해 예산안을 들여다봐야 한다.
법인세 인하는 국익과 국민의 입장에서 고려해야 할 문제다. 여야는 입장 차를 좁혀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는 지역과 국가경제를 살려내야 한다. 강원도는 반도체교육센터(신규 30억원), 서면대교 건설(신규 50억원), 춘천~속초 철도 건설(400억원), 폐광지역 관광산업 활성화 사업(21억5,000만원), 양양국제공항 인바운드 시범공항(100억원), 산불진화 임차헬기(26억원), 산악도로 기반 자율주행 실증평가 인프라(30억원), 바이오 트윈 기반 미래차 부품 고도화 기반 구축(20억원), 전기 수소차 핵심부품 및 차량 안전성 기반 구축(45억원), 광덕터널 도로 개설(7억원) 등을 신규 및 증액 사업으로 요청했고 대부분 반영됐다. 여야가 새해 예산안을 통과시키지 못할 경우 정부가 전년도 예산에 준해 잠정적으로 예산을 집행하는 준예산이 실행될 가능성도 있다. 예산안 처리가 기한을 넘긴 만큼 15일에는 결말을 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