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국전력공사와 한국가스공사의 누적 적자·미수금을 2026년까지 완전 해소하기 위해 내년부터 전기·가스요금을 단계적으로 현실화한다고 지난 21일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최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제출한 한전의 경영 정상화 방안 문건에 따르면 내년 전기요금 인상 요인은 kWh당 51.6원으로 산정됐다. 이는 올해 인상분(kWh당 19.3원)의 2.7배다. 또 산자부와 가스공사는 가스요금을 내년 메가줄(MJ)당 최소 8.4원(2.1원씩 네 분기) 혹은 최대 10.4원(2.6원씩 네 분기) 올리는 방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올해 가스요금 인상분의 최소 1.5배에서 최대 1.9배다. 이미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내년 초에도 5% 안팎의 높은 수준을 이어 갈 것이라는 한국은행 전망이 나왔다. 서민들의 걱정이 커질 수밖에 없다.
전기·가스요금의 단계적 인상은 정부의 고육지책이다. 하지만 이미 경제는 고환율·고물가·고금리 시대에 접어들었고 이에 따른 고통이 서민과 기업을 덮치고 있는 상황 속에서 발표된 인상안이라 한숨도 저절로 나온다. 불가피한 일이라고 설명했지만 물가 전반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특히 서민들과 노인, 장애인, 저소득층 등 에너지 취약계층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 우려된다. 물가를 끌어올리는 가장 큰 요인은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이다. 그간 누적된 원가 상승 압력이 공공요금에 점차 반영되면서 물가 상방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다 경기가 위축되면서 소비가 줄어 한 번 오른 서비스물가는 쉽게 내려가지 않는다.
정부는 내년 경제성장률을 1.6%로 제시했다. 올 6월 전망치인 2.5%보다 0.9%포인트 떨어졌다. 내년 경기 전망이 올해보다 더 어둡다. 주요 수출시장인 미국 중국 유럽이 모두 장기 침체에 접어들고 있다. 무역의존도가 높은 경제 특성상 글로벌 침체 충격은 고스란히 국내 경제로 전달되고 있다. 여기에 금리 인상 등 긴축 정책의 여파가 내년 1분기부터 실물경제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전기·가스요금, 난방비, 택시요금 등 관리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품목의 인상도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이는 결국 금리 인상으로 간신히 잡은 소비자물가를 다시 들썩이게 할 수 있다는 의미다. 허리띠를 더 졸라맬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소비자물가에서 관리물가가 차지하는 비중이 다른 국가보다 매우 높은 편이다. 생계비 부담을 낮추고 일자리와 사회 안전망을 확대할 수 있는 대책도 마련돼야 한다. 특히 물가 관리만큼 중요한 민생 안정 정책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