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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단상]삼호도(三湖都) 삼산시(三山市)

황덕중 전 강원교육삼락회장, 수필가

세 개의 호수(湖水)로 둘러싸인 도시가 있다. 그런 데가 또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춘천(春川)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세 개의 호수에 둘려 싸여 있는 미도(美都)이다. 주변에 시원스러운 호수가 하나만 있어도 자랑이겠거늘, 춘천의 진산(鎭山)이라고 할 수 있는 봉의산을 중심으로 하여 앞쪽에는 의암호, 왼쪽에는 소양호, 오른쪽에는 춘천호가 있다. 세 호수가 사철 명경(明鏡)같이 맑고 아름다우며, 일 년 내내 춘천시를 물 넉넉한 도시, 물난리 없는 도시로 수호하고 있다. 댐을 만들 때에는 이런저런 말도 많고 문제도 있었으나, 지금은 춘천을 명품 도시로 수놓고 있는 삼호(三湖)이다.

사실 세 개의 호수가 생기기 전의 춘천은 꽤 촌스러운 산속의 도시였다. 반면 그 주변의 깨끗함과 아름다움은 무릉도원(武陵桃源)이 따로 없었다. 그러나 산업화의 물결이 국토의 모양새와 삶의 양상을 바꾸어 나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그 무릉도원울 인공호수로 바꿔치기하는 데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그것을 자랑거리로 삼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자랑거리인 것이다. 자갈밭에서 돌베개를 베고 암하노불의 심성을 도야할 수는 없지만, 그 대신 그 삼호(三湖)에서 삶의 힘인 전기를 얻고 수상스키로 레저를 하고 아울러 유용한 수로(水路)로 교통 원활의 편의를 얻으니까, 이 또한 춘천의 자랑이다.

하기야 꾸민 아름다움보다는 자연미가 낫다고 하지만, 어쩔까. 우리는 이미 강변의 조약돌도 산비탈의 기화요초(琪花瑤草)도 모두 수장(水葬)해 버리고, 그 대신으로 세 개의 내륙해(內陸海)에 둘러싸인 것을! 말하자면 자연 미도에서 삼호(三湖) 미도로 된 것이다. 사실은 시대의 흐름에 희생된 비운의 미도이다.

비운도 행운도 내게 온 것은 이미 내가 감당해야 할 운명이다. 자연미를 잃었다 하여 비운이라 하지 말고 그 대신으로 받은 삼호를 더 큰 행운으로 삼을 수밖에 없다. 삼호는 분명 자연미와 맞바꿀 만한 선물이다. 춘천의 행운이다. 그래서 춘천은 삼호도(三湖都)의 미도(美都)이다.

그리고 그 삼호에 못지않은 삼산(三山)이 있지 않은가? 춘천의 머릿돌과 같은 봉의산, 용의 기상으로 동쪽에서 동북쪽을 호위하고 있는 대룡산, 그리고 서쪽에서 서북쪽의 화악산으로 연이으며 세찬 북서풍을 막아주는 삼악산. 춘천은 봉의산을 진산으로 하여, 삼호와 좌청룡 우백호를 거느린 삼호도(三湖都) 삼산시(三山市)이다.

춘천은 이 세 개의 인공호수와 세 명산(名山)을 최대한 활용하여, 명품 도시 춘천을 풍요의 미도로 만들어 나아가야 한다. 훼손하지 말고 더 맑은 삼호, 더 푸르른 삼산으로 가꾸어 나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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