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는 지난 11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연두 업무보고에서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의 개정 방향을 제시했다. 접적, 비접적지역, 항공작전기지 등의 군사시설보호구역을 원점에서 재검토한다는 방향이다. 킬링 존(Killing Zone)이라는 개념을 적용해 민간통제선 자체를 획기적으로 올려 DMZ 면적이 크게 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강원도 접경지역 철원, 화천, 양구, 인제, 고성 등 5개 군은 군과 관련한 규제, 남북의 분단 상황, 사회적·지리적으로 지역 발전에 불리한 여건이 내포돼 있다.
지금까지 접경지역은 군과 밀접하게 연계된 경제활동이 중심이었으나 위수지역이 해제되고 장병들의 휴대폰 사용이 허가되는 등 군 문화의 변화로 지역 상권은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더구나 최근에는 남북관계의 악화, 저출산·고령화 사회로의 진입, 군사기술의 첨단화 필요성으로 추진된 국방개혁 2.0이 군부대 해체 및 이전으로 이어져 접경지역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 국방부가 대통령에 대한 연두 업무보고에서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의 개정 방향을 제시한 것은 시의적절하고 기대 또한 크다. 실행 의지와 속도가 중요하다. 접경지역지원특별법, 국가균형발전특별법 등을 통해 접경지역을 지원하고자 하지만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 국토기본법, 수도권정비계획법 등이 우선 적용돼 접경지역 발전의 제약 요인이 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접경지역지원특별법 제3조(다른 법률과의 관계)에서는 이들의 법을 우선해 적용한다고 돼 있어 접경지역 자치단체에서 희망하는 사업들의 추진에 어려움이 있다. 접경지역에서의 핵심은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에 의한 규제다. 이는 주민들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점에서 헌법에 명시된 ‘국토의 균형발전(헌법 제120조 2항)’에 위배된다. 접경지역 주민의 정주여건 개선, 지역 발전을 위한 산업기반 확충 등 토지 공간의 효율적 활용을 계획해도 관계부처인 국방부, 환경부 등과의 협의가 원활하지 못하다.
또한 사업을 진행하면서 접경지역특별법은 행정안전부,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은 산업통상자원부,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은 국방부, 국토기본법과 수도권정비계획법은 국토교통부, 자연환경보전법은 환경부 등과 협의하도록 돼 있어 부처별로 협의하기가 말처럼 쉽지 않다. 이러한 제약으로 인해 접경지역 발전종합계획에 포함된 사업의 이행률이 20% 정도에 불과하다. 국가균형발전특별법에 의해 편성된 균특회계는 결국 수도권과 비수도권 격차를 줄이기 위해 지원되는 예산이지만, 예산이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는 오히려 커지고 있다. 예산이 나눠주기식으로 배정되기 때문이다. 이제는 접경지역 발전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 즉, 국민의 생활 수준이 향상되면서 군 문화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만큼 관련 법 규정은 당연히 수정·보완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