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 발전에 역행하는 중앙집권적 국정 운영은 더 이상 우리 사회에서 나타나는 다양하고 심각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이는 지방정부의 창의성을 약화시키며 주민 참여와 의지에 대한 지방의 발전을 심각하게 저해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그동안 중앙정부를 중심으로 고속 성장해 왔다. 중앙정부의 지시에 따라 전국 지방자치단체는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통일된 사회·경제체제를 발전시켜 왔다. 한국이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으로 올라선 것도 이 같은 중앙집중식 시스템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하지만 부작용도 많아 중앙정부는 지방정부가 지시에 따르도록 법률과 예산권으로 압박했다. 정당도 공천권으로 생활 정치를 하는 지방의원을 옭아맸다. 지역별 특수성을 인정하지 않는 획일화된 중앙 중심의 정책과 거버넌스(행정)체제는 다양성과 창조성이 요구되는 지금 시대에 맞지 않다.
지방에서는 예산과 권한, 자율권을 달라고 강력하게 요청하고 있다. 지방의원들의 공천 폐지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그런데도 중앙정부의 권한 이양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지방분권전국회의,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이주환 국민의힘 국회의원 등이 지난 12일 국회 소통관에서 분권균형발전 실행 조속한 입법 및 로드맵 제시를 촉구한 배경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2022년 12월15일 국정과제 점검회의에서 ‘어디에 살든 기회가 균등한 지방시대’를 5대 국정 청사진으로 제시하고 ‘활기찬 지방’을 독립 의제로 다뤘다. 정부 출범 당시 천명했던 ‘어디서나 골고루 잘 사는 지방시대’의 국정목표를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일단 고무적이다. 대통령 인수위원회 시절부터 지금까지 ‘지방시대’는 무수히 언급됐고 현 정부를 상징하는 하나의 브랜드처럼 사용되고 있기도 하다. ‘지역이 주도하는 균형발전’, ‘과감한 권한 이양’과 같은 발언도 반복되고 있다. 그런데 정부 출범 뒤 해가 바뀌도록 손에 잡히는 것이 거의 없다.
윤석열 정부 9개월째를 맞고 있는 2023년 벽두에도 여전히 지방시대를 실행해야 할 추진 주체는 아직도 온전히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기존의 자치분권위원회와 국가균형발전위원회를 통합해 지방시대위원회를 발족하기로 했지만 지난 정기국회에서 심의조차 되지 않았다. 지방분권·균형발전은 여야 간 정치적 쟁점 사안이 될 수 없다. 지방소멸, 인구절벽, 저출생·고령화, 지역 격차와 같은 국가 위기를 헤쳐 나가는 데 여야의 협치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무회의 통과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특별법안으로는 대학 위기, 지역소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더욱이 자문기구 수준의 지방시대위원회로는 분권균형발전정책을 펼쳐 나가기는 어렵다. 강력한 분권균형발전추진기구 설치를 내용으로 하는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특별법 제정 및 로드맵이 제시돼야 한다. 국회 차원에서 특별법 대안을 내놓아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