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반가워요, 마음을 치료하는 진료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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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리뷰] 미자 리·최힘찬·솔마·에이치, ‘진료실’
자신의 아픔을 직면하고 사람들의 아픔을 위로한다

◇미자 리·최힘찬·솔마·에이치 작가는 오는 2월 11일까지 카페안나에서 ‘진료실’을 주제로 전시를 펼친다.

진료실 앞, 숨을 가다듬고 똑똑 철제문을 두드린다. 때 맞춰 들려오는 소리. “어서오세요, 진료실에 잘 오셨습니다. 부디 모두 털고 가세요.”

딱딱하고 차가운 진료실, 의사 앞에서 담담하게 자신의 아픔을 털어 놓을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동네 카페를 아무렇지 않게 가는 것처럼, 마음을 치료하는 병원도 캐주얼하게 갈 수 있는 세상을 꿈꿀 수는 없을까. 미자 리, 최힘찬, 솔마, 에이치 작가는 다음달 11일까지 원주 카페안나에서 ‘진료실’을 타이틀로 한 전시를 마련, 자신의 아픔을 털어 놓으며 사람들에게 공감(共感)의 말을 건넨다.

이들은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고자 자신의 아픔에 먼저 직면했다. 떠나버린 반려동물 ‘바우’로 인해 깊은 슬픔에 잠식됐던 미자 리 작가는 ‘떠난 개와 무자격자’를 주제로 자신이 키우던 큰 개 ‘바우’가 못 다 먹은 약들을 전시장에 배치해 ‘바우’의 기억을 더듬는다.

◇최힘찬 作 위로

최힘찬 작가는 촛불을 그림에 담았다. 활활 타오르지만 어쩌면 한숨 한 번으로 꺼질지 모르는 연약한 불. 그래서 숨 한 번 제대로 쉬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그는 마음껏 한숨을 쉬어도 결코 꺼지지 않는 불을 선물한다. 오직 시간만이 해결해줄 거라는 생각 속에서 시간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버텨야만 했던 사람들에게 그는 “그땐 그랬었지, 앞으로도 그런 날은 있을 거야. 근데 괜찮아 그럴 수 있어”라며 이들의 지친 마음까지 다독인다.

솔마 작가는 ‘바다의 파란색’을 타이틀로 아주 옛날 우울하고 힘들 때 그렸던 그림을 전시장에 배치, 그때의 그 감정과 다시 마주했다. ‘불난 집에서 발굴한 검은 동전’을 주제로 한 에이치 작가는 추억이 가득 담긴 집이 불에 타버렸던 그날의 기억을 털어놓았다.

◇관객들은 전시장 한 편에 놓인 의자에 앉아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다.

전시를 다 둘러본 후, 관객들은 작가들이 마련한 의자에 앉아 책상 위에 있는 진료 기록 종이에 현재 상태와 자신의 이야기를 적을 수 있다. 한결 편해진 마음으로 진료실을 나갔으면 하는 작가들의 의도에 절로 마음이 따뜻해진다. 전시를 기획한 미자 리 작가는 “카페를 방문하거나 전시를 보러 온 사람들이 슬픔, 아픔 혹은 그 이상의 것들을 털고 가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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