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지난해 1월27일 시행된 지 1년이 됐다. 하지만 법 적용 사업장에서의 사망 사고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 강원지청에 따르면 지난해 ‘중대산업재해’로 조사한 사건은 총 18건, 사망 근로자는 모두 21명이었다. 법 시행 이후에도 도내 사업장에서 일어난 재해로 한 달에 1명 이상 사망한 셈이다. 산업재해가 발생하는 기업의 경영책임자를 엄벌해 재해를 최소화한다는 것이 법 도입 취지였다. 그러나 처벌 강도를 높이는 것만으로는 안전사고를 줄일 수 없다는 사실만 오히려 확인한 것이나 다름없다.
현재 고용노동부 강원지청이 수사를 마치고 검찰에 송치한 사건은 2건이다. 2022년 2월 발생한 쌍용씨앤이 동해공장 근로자 추락사, 춘천교육청 신축공사장 추락사 등이다. 춘천교육청 공사장 추락사는 재판에 넘겨져 ‘강원도 1호 기소 사건’이 됐다. 하지만 지난해 6월 이후 발생한 사고는 여전히 조사가 진행 중이다. 또 지난해 2월 발생한 홍천 숲가꾸기 공공근로자 사망 사건은 ‘혐의 없음’으로 종결 처리됐다. 수사 인력 부족으로 사건 처리가 늦은 데다 법 적용도 무뎌서는 산재가 줄 리 없다. 실제 민주노총 전국건설노조가 건설노동자 7,5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에도 달라진 게 없다는 응답이 52%에 달했다. 43%는 안전을 명목으로 ‘감시와 통제가 심해졌다’고 답했다. 폐쇄회로(CC)TV 설치도 노동자 안전이 아니라 노동자에게 ‘안전 책임 떠넘기기’ 목적이라는 응답이 과반에 달했다. 건설업은 산재로 사망하는 노동자가 가장 많은 업종이다.
내년에 소규모 자영업자·소상공인들에게까지 지금의 법이 확대 적용되면 혼선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실질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중대재해법은 형사처벌 대상을 ‘안전관리 의무가 있는 경영 책임자’로 규정하는 등 모호한 조항이 많아 기업 현장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효과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계속됐다. 1년이 지난 지금도 법원 판결조차 나온 게 없어 정확히 어떤 사고가 처벌 대상인지, 어떤 직책에 있는 사람이 어느 정도의 처벌을 받게 되는지 예상하기 어렵다. 법 도입 후에도 사고가 감소하지 않은 것은 강력한 처벌만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산재를 줄이기 위해서는 사후 처벌 강화보다 현장의 실질적인 안전사고 예방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법령 개선 방향은 근로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되 기업들이 주장하는 불합리한 부분을 반영하는 것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