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응급실 운영체계, 대대적으로 개편해야 한다

도내 활동 공중보건의 수 갈수록 줄어
주민 생명·안전 보호 못 받는 지역 많아
장기적으로 의대 정원 늘려야 할 때

병원 응급실 운영체계를 대대적으로 개혁해야 한다. 중소 병원 응급실은 진료과별로 응급상황에 대응해야 할 전문의가 모자라 야간 및 주말 등 비상진료가 필요한 시점에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고, 수도권 대형병원은 환자들이 지나치게 몰려와 마비 상태에 빠져 있다. 환자의 중증도에 따라 다양한 응급의료기관이 유기적으로 대응하는 시스템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있으나 응급실 문제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의료제도 운영체계를 뜯어고치지 않는다면 응급실 문제는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못한다. 미국이나 유럽의 응급실에는 우리나라처럼 대기하는 환자가 거의 없다. 미국은 중증 환자 중심으로 의료보험이 지원되고 감기와 같은 경증 질환으로 응급실을 방문하면 고액의 의료비를 부담하게 해 응급진료가 꼭 필요한 환자만 응급실을 방문하게 유도하고 있다. 우리도 이러한 체계를 갖춰 나가야 한다. 지방의 응급실 환경은 열악하기 그지없다.

속초의료원 응급실에서는 최근 응급의학과 의사 2명이 갑작스럽게 퇴사하자 의료원 측은 단축 운영에 돌입했다. 강원도가 인력 대책으로 ‘인제 고성 양양 등 인접 시·군 공중보건의 활용’을 제안하면서 각 지역 현장에서 반발이 이어지기도 했다. 이미 강원도 내 시·군에서 활동하는 공중보건의 수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는 데다 이들이 없을 경우 지역은 심각한 ‘의료 공백’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응급환자 발생 시 초기 10분이 생사를 가른다. 문제는 의료인력 확보다. 지역 병원이 전문의로 24시간 응급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만큼 인력을 확보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병원에 전문의가 1명뿐인 진료과목은 해당 전문의가 365일 비상대기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응급실에 갔으나 속이 새카맣게 타들어 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실제 나라살림연구소가 지난해 보건복지부의 ‘2020년 의료취약지 모니터링 연구’, ‘2021년 예산설명서’를 토대로 전국 응급의료·분만·소아청소년과취약지 현황, 예산 지원 실태를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도내 응급의료취약지는 18개 시·군 중 15곳(83.3%)으로 전국에서 가장 열악하다.

보건복지부 기준 의료취약지는 크게 ‘응급의료취약지’, ‘분만취약지’, ‘소아청소년과취약지’, ‘인공신장실취약지’ 등으로 나눈다. 이 중 응급의료취약지는 응급상황 발생 시 ‘지역응급의료센터’에 30분, ‘권역응급의료센터’에 1시간 안에 접근할 수 없는 인구 비율이 27% 이상인 곳이다. 따라서 주민들의 생명과 안전이 그만큼 보호받지 못하는 곳이 많다는 의미다. 응급의료는 주민의 안전과 생명에 직결된다. 지역에서 풀어 나가야 할 여러 현안 중 병원 응급실 운영 문제는 기본권 측면에서도 반드시 개선돼야 할 사안이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책은 우선 병원이 더 많은 전문의를 고용하도록 하고 장기적으로는 의과대학 정원을 늘리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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