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학교폭력, 개인과 가족의 힘으론 해결할 수 없다

강원도 내 학교폭력이 심각하다. 정순신 변호사가 2017년 강원도 내 모 자립형 사립고 재학 중이던 아들이 저지른 ‘학교폭력 전력’으로 임명 하루 만에 낙마한 가운데 최근 3년간 도내 학교에서 적지 않은 학교폭력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상황에도 학교폭력 심의건수와 함께 해당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청구도 증가했다. 본보가 최근 강원도 내 16개 시·군교육지원청(영월 제외)을 통해 확보한 학교폭력심의건수는 2020년 514건, 2021년 999건, 2022년 926건이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시작된 2020년엔 다소 주춤했다가 등교가 재개된 2021년 거의 두 배가량 폭증했다. 코로나19로 정상적인 학사 운영이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학교폭력이 기승을 부린 셈이다.

징계 처분에 불복, 강원도교육청에 학교폭력 처분 취소 청구를 내는 사례도 많아지고 있다. 2017년 21건이었던 취소 청구는 2018년 29건, 2019년 35건, 2020년 40건에서 2021년 63건으로 급증했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에서 가장 가벼운 처분(서면사과)만 받아도 학생생활기록부에 ‘빨간 줄’이 남는다. 당장 고입, 대입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행정심판, 행정소송까지 불사한다. 이렇듯 학폭위에서 시시비비를 따지기 시작하면 피해자는 사과를 받을 수 없어 갈등이 증폭된다. 학교가 법정이 돼 간다는 말이 지나치지 않다. 학교 폭력은 개인과 가족의 힘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사회 전반의 폭력 문제 방지와 근절을 위해 보호서비스에 대한 국가와 사회의 책임, 지원이 활성화돼야 한다. 또 전문사회복지사 등 보호서비스 인력이 폭력 사태를 조사·판정하고 조치를 취하는 과정에서 개입을 의무화하는 등 폭력 문제에 적극 관여하는 보호서비스 체계의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그리고 폭력 피해자의 회복과 폭력의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피해자뿐만 아니라 피해자 가족 및 심지어 폭력 가해자에게도 의무적으로 보호서비스가 지원되도록 해야 한다. 폭력의 순환성과 반복성의 속성을 고려해 볼 때 폭력 가해자도 어릴 적 한때는 피해 경험이 있을 수도 있으며, 결코 처벌만으로는 폭력의 악순환 고리를 끊을 수 없다. 여기에다 보호서비스 제공 수준과 서비스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전문 인력 양성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대다수 OECD 국가는 학교폭력을 방지하기 위해 학교사회복지(School social work) 제도를 갖추고 있다. 학교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머리를 맞대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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