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박종홍칼럼]강원도가 꿈꾸는 반도체 신화, 끝이 창대하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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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센터 개소·1호 기업 유치로 신호탄 쏴
삼성전자 공장 강원도 유치 과제는 남아
10년 준비 끝에 결실 얻은 평택 본받아야

대한민국 반도체의 역사는 1974년 1월26일 경기도 부천에서 문을 연 한국반도체주식회사부터다. 미국에 거주하던 강기동 박사가 반도체를 생산하겠다는 목표하에 세운 반도체 웨이퍼 가공 대량생산 업체다. 하지만 설립한 지 2개월 만에 자금난으로 문을 닫게 됐다. 이후 삼성으로 넘어가 삼성반도체가 돼 지금의 삼성전자로 성장했다. 고(故) 이병철 삼성 회장은 1983년 2월8일 “반도체 산업에 뛰어들겠다”는 도쿄선언을 했다. 10개월 뒤 기적이 벌어졌다. 세계에서 3번째로 64K D램을 개발했다. 당시 일본 언론은 “누구도 한국이 성공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그리고 반도체 메모리의 용량은 1년마다 2배씩 증가한다는 ‘황의 법칙’까지 만들었다. 삼성전자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기업으로 우뚝서면서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했다.

김진태 지사의 제1 공약은 ‘반도체 공장 유치’다. 그것도 세계 반도체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삼성전자 공장을 유치해 강원도를 명실상부한 '반도체 클러스터'로 만들겠다는 게 김 지사가 밝힌 구상이었다. 그는 공약 이행을 줄곧 강조하며 삼성 출신인 정광열 경제부지사까지 영입했다. 반도체 불모지인 강원도에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유치가 과연 가능하냐, 삼성전자가 왜 강원도에 오겠느냐, 선거용 장밋빛 공약일 뿐이라는 의구심은 어쩌면 당연했다. 그렇다면 과연 강원도는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을 대표하는 적지가 될 수 있을까. 김진태 도정이 반도체 기업들을 향해 강원도로 오라고 손짓할 수 있는 그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은 도대체 무엇인지 궁금할 수밖에 없다.

답은 올 초 삼성맨이었던 정광열 경제부지사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듣을 수 있다. 정 부지사는 이 자리에서 “강원도가 올해 6월11일부터 특별자치도로 출범하는 만큼 앞으로 반도체 기업들의 투자를 저해하는 규제를 보다 적극적으로 철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 “원주에서 서울 강남까지 1시간 반 정도로 보고 있다. 평택, 안성은 보통 잘 아시지만 안 밀리는 시간이 없지 않나. 그래서 실제로 일을 보기에는 훨씬 편하다. 그리고 원주에 공항이 있다. 만약 반도체를 대량 생산하는 시설이 원주에 들어서게 되면 공항을 수출 기지로 활용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언제까지 경기도 땅에 모든 것을 다 집적시킬거냐 하는 것이다. 집적에 의한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많다. 지정학적 요소도 있고, 지진과 같은 문제도 있다. 그런 걸 생각하면 위치도 좀 다양하게 하는 게 여러 가지로 국가 전략 차원에서 안전하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는 물과 전력이 충분히 공급되고 지형적으로 불확실성이 적은 강원도가 최적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다만 정 부지사는 대기업이 오겠다고 하면 얼마든지 받을 준비는 돼 있지만 결심을 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면서 조급한 결과를 기대하는 일각의 시선에는 선을 그었다.

어느덧 김 지사가 취임한지 9개월이 지났다. 강원도는 지난 6일 강원테크노파크 원주벤처공장에서 반도체 교육센터가 개소식을 갖고 반도체 클러스터 육성 전략을 내놨다. 강원도 제1호 반도체기업인 글로벌 반도체 부품기업 인테그리스코리아도 이날 강원도와 문막공장 증설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우리의 눈은 자연스럽게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의 원주 유치로 쏠린다. 하지만 당장 현실은 녹록치가 않아 보인다. 경기 한파에 삼성전자가 미국과 평택캠퍼스에 라인을 추가로 짓고 있어 새 공장 부지가 필요하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여전히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유치 가능성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기가 어려운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평택시는 2006년부터 2015년까지 10년 동안 중앙부처와 삼성전자를 설득하고 준비한 끝에 비로소 삼성전자 유치의 결실을 얻었다. 이제 김진태 도정의 강원 반도체 클러스터 구상이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10년의 열정을 바쳤던 평택을 본보기 삼아야 한다. 그래야 그 결과도 창대할 수 있다. 분명한 것은 모두가 함께 철저한 사전 준비, 치밀한 전략과 전술, 그리고 끈기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래야 강원도가 꿈꾸는 반도체 신화를 이룰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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