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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저출산의 늪

대한민국의 경제성장을 방해하는 최대 변수로 ‘인구 절벽’에 따른 노인인구 비율의 급증, 그리고 생산연령인구의 감소가 꼽힌다. 최근의 인구변화 추이는 내수시장의 축소와 총 부양비의 증대에 따른 경제 모멘텀의 상실 위기가 먼 미래의 일만은 아니라는 우려를 뒷받침한다. 인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정책은 계속됐고, 최근 우리 정부는 2006년부터 2020년까지 저출산 대책을 위한 예산 380조원을 투입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출산율은 급락했다. 그동안 진보·보수 정권을 거치며 수십 차례의 인구 대책이 쏟아졌지만 결국 포장지만 맞바꾼 ‘그 나물에 그 밥’이란 평가가 많았다. 혁신적인 발상의 전환이 따르지 않는 한 지금의 인구 정책은 ‘무난한 실패’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영국 옥스퍼드대 인구학과 교수인 데이비드 콜먼이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소멸국가 1호’로 한국을 지목할 정도로 상황은 심각하다. 통계청도 2030년 5,120만명, 2070년 3,766만명으로 급감할 것으로 예측했다. ▼강원도는 지난 10년 새 출생아 수가 반 토막 났다. 3월5일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2022년 강원지역 출생아 수는 7,240명으로 2012년 1만2,046명 대비 40% 감소했다. 시·군별로 보면 특히 영동권, 폐광지의 위기가 심각했다. 빅3 도시의 지난해 출생아 수를 보면 원주는 2,061명, 춘천은 1,515명이었지만, 강릉은 890명에 그쳤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대책 마련에 발상의 전환을 할 때다. 정책의 초점을 단순한 출산 장려에서 여성과 남성의 개인적 욕구와 권리 증진, 성평등에 맞추고 지역 균형발전 정책부터 시작해야 한다. 역대 정부는 말로는 지역 균형발전을 주장하면서도 공장 신·증설 규제 등을 풀며 기업들의 수도권 집중을 방치·조장했다. 수도권과 지방 간의 ‘기회 격차’만큼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하락하고 있다. 한국 사회의 최대 모순이 돼 버린 수도권과 지방의 기회 불균형이 유지되는 한 인구 감소를 막을 수 있을까.

권혁순논설주간·hsgw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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