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내에서 근무하는 공중보건의 292명 중 41%인 120명이 오는 26일부터 4월5일 사이에 전역할 예정이어서 의료공백이 우려되고 있다. 특히 전역으로 빠져 나가는 빈자리를 모두 채우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 대책 이 시급하다. 의료 현장에서는 벌써부터 의료진 부족으로 인한 응급실 등 병원 운영 차질을 염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속초의료원은 당장 마취과 공중보건의사가 전역을 앞두고 올 2월부터 조기 휴가에 들어가면서 이미 일부 응급수술이 불가능한 상황에 놓였다. 홍천의 유일한 지역응급의료센터인 홍천아산병원도 2020년부터 응급실에 근무하던 유일한 공중보건의가 26일 전역한다. 추가 인력이 제때 공급되지 않으면 응급실 운영에 큰 차질이 예상된다. 공보의들의 소집 해제와 미충원으로 인한 진료공백은 그동안 도내에서 매년 되풀이돼 왔다. 갈수록 의료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지역이 늘어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의사들이 대도시 근무를 선호하면서 의료 취약지역 주민들이 진료를 받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가뜩이나 의료환경이 열악한 농어촌 지역은 응급·당직의료기관에 공보의를 배치함으로써 간신히 버텨 온 기본 의료 복지체계가 무너질 위기다. 의사가 아예 없는 읍·면도 많은 강원도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지자체 차원에서 효율적인 배치를 고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인원 자체가 부족해 어쩔 수 없다는 게 이유다. 한밤중 응급환자가 발생해도 가까운 곳에 환자를 돌봐줄 의료 인력이 없다는 것은 국가의 의료정책이 실패한 것이다. 보건의료 서비스는 국민 생명과 직결되는 중대사다. 무엇보다도 더는 도내 곳곳이 무의촌으로 전락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공보의를 대신할 공공의료 인력을 별도 육성하려면 상당한 시간과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 당장 눈앞에 닥친 도내 의료 취약지역의 공보의 부족 현상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때문에 의료 취약지역의 공공의료 서비스를 강화하는 방안을 지금부터라도 마련해야 한다. 도내는 이미 초고령사회로 접어들어 노인들의 의료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지역의 공공병원을 확충하고 공보의 의존도를 대폭 낮춰야 한다. 도시 지역 의사들이 지방 보건소에 지원할 수 있도록 처우를 개선하고 도시 지역의 은퇴 의사를 활용하는 대안도 검토해야 한다.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사회적 약자를 끌어안는 건 국가의 기본 책무다. 시대적 추세라며 공보의 부족 문제에 손을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 도내 의료 서비스 확충과 체계적인 의료 시스템 구축을 위한 다양한 대응책이 필요하다. 공보의 이슈는 강원도가 처한 의료체계 전체 현안의 일부다. 산부인과는 물론 소아과, 외과 진료도 어려워지고 있다. 언제까지 공보의에 의존할 수만도 없다. 지역의사제나 공공의료기관 의사를 별도 양성하는 근본적인 대책이 강구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