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의원이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새 대표로 선출됐다. 올 2월13일 제주 합동연설회를 시작으로 막이 오른 전당대회 레이스는 총 7번의 권역별 합동연설회와 총 4번의 당 대표 방송토론회, 1번의 최고위원 및 청년최고위원 방송토론회가 진행됐다. 지난 4일부터 나흘간 선거인단 투표가 이뤄졌고, 최종 투표율은 역대 최고인 55.10%(83만7,236명 중 46만1,313명)를 기록했다. 일단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흥행에는 성공했다. 그러나 내용 면에서는 국민의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 경선은 출발부터 흙탕물 싸움이었다. ‘당원 투표 100%’ 룰 변경, 윤심(尹心) 논란으로 분란은 바람 잘 날이 없었다.
그러니 민생 현안이나 정책 노선에 대한 제대로 된 토론은 찾아볼 수 없었다. 경선 막바지 후보들은 8일에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실 행정관들이 단체 채팅방 2곳에서 김기현 후보를 공개 지지하고 안철수 후보를 비방했다는 의혹을 놓고 날 선 공방을 벌였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은 안중에도 없었다. ‘국민 속으로’라는 대명제를 망각해 생긴 일이다. 보수정당의 미래나 비전, 국가적 의제에 대한 담론은 어디에도 없었다. 집권당인 국민의힘은 이제 국민 속으로 들어가 민생을 살리고 경제를 활성화시켜야 한다. 한국 경제에 10년 위기설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1997년 외환 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경험하면서 10년 주기설이 정설처럼 굳어졌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이 덮치자 메가톤급 위기가 닥친 것으로 보고 시중에 금과 달러 사 모으기가 유행했었다. 코로나 팬데믹은 전 세계가 경험한 초유의 사태였다. 자영업자들에게는 국가 부도급 재앙이었지만 경제에 미친 충격은 우려했던 것보다는 양호했다.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엄청나게 돈을 풀어 추락을 막았다. 되레 집값, 주가, 가상화폐 같은 자산시장이 펄펄 끓었다. 수해(水害)가 휩쓸고 간 뒤 전염병이 창궐하듯 돈의 힘으로 떠받친 청구서는 이제서야 날아들기 시작했다.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은 이를 올바로 파악해 혁신적인 정책적 대안을 마련해야 할 때다.
우리의 안보 상황은 어떠한가. 북한은 근년 들어 연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을 포함한 다양한 미사일과 방사포 도발을 하며 한반도 주변 정세를 위기 국면으로 몰아가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진된 신냉전 질서는 중국의 대만 군사 위협으로 고조되고 북한의 미사일 도발로 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 탈냉전 시대가 가고 신냉전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한반도 주변 정세도 구냉전 시대로 돌아가는 상황이다. 또한 북한 ‘비핵화’ 논의가 퇴색하고 ‘핵 있는 평화’ 논의가 급부상하고 있다. 새 대표로 출범하는 국민의힘은 민생을 돌보며 국가안보에 대한 촘촘한 대안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그러면 국민은 내년 4월 총선에서 보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