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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미국이 기침하면...’

지난해 미국의 잇단 금리 인상으로 우리 경제 곳곳에서 경고등이 켜졌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었고 주가는 폭락하며 금융시장은 크게 요동쳤다. 무역수지도 적자행진이 이어졌고 물가가 천정부지로 뛰었다. 금리 상승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족과 ‘빚투’(대출 받아 투자)족들의 고통은 커졌다. 글로벌 금융전문가나 블룸버그 등 일부 외신에선 ‘한국 경제 위기론’까지 제기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지난 7일 미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해 “금리 인상 속도를 더 높일 준비가 돼 있다”고 하자 국내 주식시장과 환율이 또다시 흔들렸다. 이날 코스피는 1% 넘게 주저앉았고 원·달러 환율은 1,320원대로 급등(원화 가치는 급락)했다. “미국이 기침만 해도 한국은 감기 걸린다.” 한국 경제의 지나친 미국 의존도를 빗대 유행했던 말이다. 하지만 지금도 실제로 그렇다. ▼최근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이 대량 해고에 이어 신사옥 건설을 중단한 것은 본격적인 경기 침체의 신호로 읽힌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미 빅테크들의 실적은 줄줄이 추락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실적 악화 추세는 점점 심화하는 양상이다. 빅테크의 혹한기는 올해 내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적 악화의 늪 속에서 빅테크들은 추가 감원과 연봉 삭감 등 버티기에 들어갔다. 고강도 긴축 기조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에 경기 침체 예측 강도도 높아지고 있다. 미국은 지금 아프고 오래갈 것이라는 신호라는 의미다. ▼미국이 이처럼 끙끙 앓고 있다면 어떤 형식으로든 곧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금리 인상설은 중국과의 주도권 경쟁 속에서는 수시로 거론될 수 있는 카드다. 단단히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미국이 기침을 하지 말기를 기도하기보다는 결국 우리 자신에게서 답을 찾아야 한다. 지금 미국은 기침을 하고 있다. 우리가 감기에 걸리지 않으려면 철저히 대비하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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