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유일하게 도립미술관 없는 강원도, 예술인 떠나게 만든다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리빌딩 강원문화](4) 17년째 지지부진 도립미술관
지역예술 연구·교육·작품 보존 역할 할 곳 없어
강원미술대전 수상작 보관 공간마저 없는 상태
이같은 열악성은 지역 예술인의 탈강원 부추겨
지역정체성 유지위해 도립미술관 설립 서둘러야

◇2022년 전국 전시공간의 변화를 나타낸 표. 출처=김달진미술연구소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 강원도만 유일하게 도립미술관 성격을 띈 미술관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2006년 건립추진위원회가 구성된 적은 있지만, 도립미술관 관련 논의는 수면 아래로 완전히 가라앉은 상황이다.

도립미술관의 부재는 청년작가들이 강원도를 떠나는 이유로 꼽히기도 한다. 실제로 문화계에서는 부족한 전시공간은 창작환경의 열악함을 보여주는 바로미터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도내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A씨는 자신과 함께 꿈을 키우던 작가들이 거의 대부분 서울로 떠났다면서 창작자들의 공동화가 우려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러한 우려는 현실로 나타나 실제 김달진미술연구소가 발표한 ‘2022년 전시공간의 변화, 128개 개관’에 따르면 서울 64개를 비롯해 전국 곳곳에서 전시 공간이 증가했으나 강원도는 0개를 기록하기도 했다.

A씨는 “청년 작가들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며 “포토폴리오를 작성할 때, 어느 공간에서 전시를 했는지가 중요하다. 하지만 강원도는 내세울 만한 곳이 없다. 도립미술관이 생기면 작가로서 프라이드가 생길 수 있을 것이다. 도립미술관이 성장의 발판이 돼 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처럼 미술관은 지역예술과 예술인들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기도 한다. 지역 예술의 연구와 교육, 작품 보존 등의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특히 도서관과 기록관, 박물관의 기능이 혼합돼 다양한 정보자원을 서비스하는 ‘라키비움’ 역할을 한다.

지역에서 활동했던 작가들의 작품을 구입·연구·보존해 방대한 자료를 아카이브하는 역할을 통해 지역의 정체성을 유지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강원도는 제대로 된 수장고조차 보유하지 않고 있어, 도내 최고 권위를 가진 ‘강원미술대전’의 수상작을 보관할 공간도 없는 상태다. 작가들의 작업 활동에 가장 중요한 원천이 되는 작품 판매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작가들 스스로 각자도생 해 자신의 커리어를 쌓아야만 하는 것이 강원도 미술계의 현실이다.

이에 최근 강원도는 보조금 2억5,000만원을 지원해서 도미술협회와 오는 10월 서울 일원에서 강원갤러리(강원미술관)를 통해 작가들의 이름을 알리고, 작품 판매를 할 수 있는 환경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강원갤러리가 일종의 도립미술관 대체품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춘천에서 활동하는 B 작가는 “도립미술관이 없는 상태에서 서울에서 전시를 할 기회도 부여하고, 판매도 할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한 일이지만 이는 1년에 1~2달 정도에 불과하다”며 “외부에서 강원 작가의 영향력을 본 다음 성과가 있으면 해당 전시를 계속 진행해 도립미술관 이야기를 꺼내지 못하게 할 생각인가라는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정해숙 강원도 문화예술과장은 “강원갤러리는 도립미술관의 임시 방편적 성격이 아니라 도내 작가들이 서울에서 전시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취지에서 기획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오래전부터 도립미술관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지만 유치 경쟁이 과열된 탓에 현재는 계획이 아예 없다”며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 신중하게 여건을 봐가면서 준비해야 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피플&피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