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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연 "주52시간 근무제, 고용 증가없이 경영 성과만 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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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입 전후 고용증가율 유의미한 변화 없어…"제도개선 필요"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보완 검토 지시로 수정이 불가피해진 '주 최대 69시간' 근무제가 고용 증가 효과는 없고 경영 성과만 악화시킨다는 주장이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15일 '주 52시간 근무제가 기업의 성과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통해 "주 52시간 도입 취지와 다르게 고용 증가율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며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경연은 이중차분법을 사용해 주 52시간제의 영향을 실증 분석했다. 이중차분법은 제도·정책 변화 시기를 전후로 적용을 받는 집단(실험집단)과 적용을 받지 않는 집단(통제집단) 간의 차이를 비교하는 분석 방식이다.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근로시간이 단축되고 일자리를 나누는 효과가 나타나 고용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실증분석 결과 고용증가율은 유의미하게 변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 52시간제 도입 이후인 2019년 고용증가율은 도입 전인 2017년 대비 0.67%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오차범위를 고려하면 주 52시간제 도입으로 고용증가율이 변했다고 볼 수 없는 수치라고 한경연은 설명했다.

한경연은 근로시간이 단축됐지만 자동화 시스템 구축, 근로시간 집중력 향상 등으로 기업의 생산성(1인당 매출액)에도 영향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다만 주 52시간제 시행으로 기업의 총자산이익률(총자산에서 당기순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0.82%포인트 줄어들며 유의미한 감소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경연은 탄력적·선택적 근로시간제를 시행하는 기업과 시행하지 않는 기업 간 주 52시간제 영향의 차이가 있는지도 살펴봤지만,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한경연은 연장근로시간 단위를 주 단위에서 월, 분기, 반기, 연 단위로 확대하는 방안을 조속히 추진하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근로자들이 1주일에 52시간까지만 일할 수 있도록 한 현행 제도를 변경해 바쁠 때는 최대 69시간까지 일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의 노동법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정부의 이같은 개편안에 일주일 노동시간이 52시간에서 69시간으로 늘어나는 것이란 부정적 인식이 퍼졌다.

윤 대통령은 근로시간 개편안에 대해 각계 우려가 제기되자 "입법예고 기간 중 표출된 근로자들의 다양한 의견, 특히 MZ 세대의 의견을 면밀히 청취해 법안 내용과 대국민 소통에 관해 보완할 점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한편 한국은 지속적인 노동시간 감축 노력에도 여전히 '장시간 노동국'이며 연간 노동시간이 독일과 비교하면 500시간 넘게 길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행정연구원의 '한국과 주요 선진국 노동시간 규제 현황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전체 취업자의 연간 실노동시간은 2021년 기준 1천915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천716시간)보다 199시간 길다.

OECD 회원국 가운데 독일(1천349시간)과 덴마크(1천363시간)의 노동시간이 특히 적었다. 한국은 독일보다 연간 566시간 더 길게 일하는 것이다.

OECD 평균보다 노동시간이 상당히 긴 나라는 한국과 멕시코(2천128시간)가 대표적이다.

OECD 평균보다 노동시간이 짧은 나라는 독일, 덴마크 외에 프랑스(1천490시간), 영국(1천497시간), 일본(1천607시간) 등이 있다.

한국은 2008년 연간 2천228시간에 비하면 노동 시간이 대폭 감축됐으나 아직 대부분의 OECD 회원국보다 높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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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전체 취업자 주당 평균 노동 시간은 2021년 기준 40시간으로 OECD 평균보다 3.2시간 길고 주요 7개국(G7) 평균보다는 5시간 더 일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이 OECD에 가입한 1995년엔 주당 평균 노동 시간이 53시간이었고, 주 5일제를 도입한 2004년엔 49.6시간, 주 5일제를 전체적으로 시행한 2011년엔 44.9시간으로 줄었다. 이어 주 52시간 근무제를 확대 적용한 2021년에는 40시간까지 감소했다.

주요국의 노동시간 규제를 보면 노동생산성이 높은 독일은 노동시간법에 따라 하루 2시간 연장 노동이 가능해 최대 10시간까지 일할 수 있지만 6개월 또는 24주 범위에서 1일 평균 8시간을 넘지 않아야 한다. 주 단위 법정 기준 노동 시간 규정은 없다.

산업혁명 이후 노동시간 규제를 최초 도입한 영국은 주당 최장 노동 시간은 48시간이며, 일일 노동 시간은 8시간이다. 영국은 주 48시간 초과 노동이 가능하나, 연장 노동 및 연장 노동 수당에 대한 법적 기준을 정해놓지 않았으며 이는 노사 간 합의에 따라 정해진다.

프랑스에선 일자리 창출, 일과 가정의 조화 증진을 목적으로 노동시간을 단축해 2002년 1월 법정 노동시간을 주 35시간 또는 연 1천600시간으로 정했다. 또 주당 노동시간을 35시간 이하로 하는 기업에 대한 재정적 인센티브도 명시했다.

프랑스의 1일 최대 노동 시간은 10시간이며 주당 최장 노동 시간은 48시간으로 제한된다. 노동시간은 12주 동안 평균 44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일본은 장시간 근로로 인한 과로사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자 2018년 노동시간 상한을 두는 법을 제정했다. 초과 근무 상한을 월 45시간, 연 360시간으로 규정했는데 이를 주 단위로 환산하면 최장 노동 시간은 주당 51.25시간으로 한국(주 52시간)과 비슷하다.

법 제정 전에는 법정 근로시간을 하루 8시간, 주 40시간으로 규정했지만 노사 간 합의로 제한 없는 초과 근무가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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