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평창대관령음악제 브랜드 키워야…많은 분들의 페스티벌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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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피플] 양성원 평창대관령음악제 신임 예술감독
올해 축제 주제 ‘자연’으로 결정…강원도는 ‘동양화’의 이미지
“정체성 확고하게 뿌리 내려 세계에서 강원도로 오게 할 것”

◇양성원 평창대관령음악제 신임 예술감독이 지난 15일 강원일보 스튜디오 공감에서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신세희기자

“할 일이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평창대관령음악제는 눈부시게 성장했지만 조금 더 깊이 뿌리를 내려야 될 시점이라고 봐요.”

지난 15일 위촉장을 받고 제4대 대관령음악제 예술감독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양성원(56) 예술감독의 큰 고민이다. 지난 15일 강원일보사 공감 갤러리에서 만난 양 감독은 20주년을 맞은 음악제의 ‘브랜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존경하는 강효 예술감독의 노력을 시작으로 음악제가 화려하게 커왔다. 그런데 해외 친구들에게 소개를 하니 (그간 바뀌었던) 음악제 이름에 대해 혼동이 있더라. 우리 정체성이 확고하게 뿌리를 내려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예를 들면 음원 이름을 ‘라이브 프롬 평창’으로 정하는 건 어떨까 싶다. 산맥에서 우리가 만드는 축제, 훌륭한 연주들을 음원에 고스란히 담아 휴대폰으로도 즐길 수 있도록 하고 CD로 만들어 후원자들에게 선물을 한다든지 더 널리 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올 7월부터 열리는 평창대관령음악제 주제는 양 감독이 직접 선정한 ‘자연’이다.

양 감독은 “강원도에서 협연도 여러 번 했지만 부모님, 아이들과도 여행에 대한 추억이 많아 친숙하다. 특히 어렸을 적에는 동양화가 생각났다. 고흐를 보러 프랑스 남부를 가면 그 해바라기 빛이 진짜로 보이고 독일 함부르크에 가면 브람스 교향곡 음색채가 눈으로 보이듯 자연이 특징적으로 주는 그 지역의 색깔이 있다. 좋은 작품들은 말이나 음악, 글로 표현이 되지 않고 몸에서 느껴지는데 산을 넘어 오는 과정에서 강원도로부터 받은 그 이미지가 깊게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양성원 평창대관령음악제 신임 예술감독이 15일 본사 스튜디오 공감에서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신세희기자

이어 그는 “음악제가 열리는 대관령과 가장 어울리고 음악 애호가들뿐 아니라 많은 분들과 공유할 수 있는 주제로 선정했다. 개막 공연은 슈트라우스 알프스 교향곡으로 정했다. 대관령 같은 산맥과 가장 어울리는 악기가 호른이 아닐까 싶은데 호른 20대가 나올 거다. 이외에도 물, 노을, 봄바람, 봄의 제전을 제목으로 하는 곡처럼 모든 공연에 자연과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맞닿아 있는 곡이 한 곡은 꼭 있다. 또 음악제에 한 번도 오지 않았던 분들도 많이 부를 것”이라고 소개했다.

또 양 감독은 “내년 축제의 큰 틀은 올해 축제가 끝날 무렵 발표를 하려 한다. 특히 위대한 고전 작곡가들이 지금 21세기, 강원도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갖고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지 생각하게 하는 공연이 목표다. 사실 쉬운 곡을 해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지만 그런 곡들은 사라졌다. 우리가 지금 즐기고 영감을 받는 곡들은 사회 변화, 혁명, 전쟁을 겪고 우리에게까지 내려온 불멸의 명곡이며 당시 어렵다고 생각한 곡들이다. 이 곡이 왜 현대사회에서 중요한지 사람들에게 신선한 각도에서 보여주고, 또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달하는 축제가 되면 좋겠다”고 귀띔했다.

◇양성원 평창대관령음악제 신임 예술감독이 지난 15일 강원일보 스튜디오 공감에서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신세희기자

국내 1세대 바이올리니스트 양해엽의 차남인 그는 7살에 첼로를 입문해 50년째 첼로를 매일 만지는 첼리스트다.

그는 “50년째 첼로를 만져도 아직 제가 추구하는 소리가 있고 제가 찾아가려는 음악의 정체성이 있다. 매일 아침 첼로를 튜닝하고 활을 조이는 과정을 겪는 게 어떻게 보면 너무나도 축복받은 삶이다. 이보다 더 좋은 직업이 어디있을까 생각한다. 매일 첼로와 아침을 시작하면 얼마나 좋겠나. 올해 프랑스, 스페인 등에서 다양한 공연이 예정돼 있다. 또 음악을 같이 만들어간다는 게 여러 가지 방법인 것 같다. 올 8월 독일에서는 지휘를 하는데, 지휘를 하면서 다양한 연주자들에게 제가 음악을 보는 각도, 음악에 대한 생각, 음색채를 어떻게 내는지 전달하는 것도 매력적인 일”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꿈을 물었다.

예술감독으로서의 꿈에 대해서는, 자신의 축제가 아니기 때문에 말하지 않겠단다. 그는 벌써부터 자신의 임기 이후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시작하자 마자 끝을 생각하는 건 이 축제가 내 축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친구들과 운영하는 축제는 이미 프랑스에서 하고 있다. 평창대관령음악제는 많은 분들의 페스티벌이어야 한다. 세계에서 강원도로 오게끔 해야 하고 아주 분명한 예술적 추구가 있어야 하고 그 이후에는 아주 좋은 후임을 찾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예술감독은 지금까지 배워온 것을 어떻게 잘 활용할까 고민하고 또 어떻게 더 짜임새가 분명하게 예술적인 가치를 추구할까 고민하고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첼리스트로서의 꿈은 명료했다. “음악가로서 아직까지도 제가 소리를 낸다는 느낌이 있다. 그래서 어느 날은, 소리가 나왔으면 좋겠다.”

◇양성원 평창대관령음악제 신임 예술감독이 15일 본사 스튜디오 공감에서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신세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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