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신호등]고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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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늘 정치부 차장

지난해 강원도내 출생자보다 사망자가 더 많았다. 인구 자연감소가 시작된 지는 오래됐으나 그 속도는 빨라지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인구동향조사 출생·사망통계(잠정)’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강원도내 사망자 수는 1만5,079명으로 집계됐다. 2021년(1만2,749명)보다 18.4% 늘었으며 1990년 조사 이래 역대 최대 규모다. 반면 지난해 강원지역의 출생건수는 7,274명으로 전년(7,357명) 대비 83명이 줄었다. 출생아는 점점 줄어들면서 2016년부터 7년째 역대 최소 출생 기록을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고령인구가 늘고 경제인구가 줄어들면서 성장동력이 떨어지는 심각한 사안이다.

인구가 빠르게 줄어들면서 여의도 정치권과 정부에서도 강원도의 입지는 더욱 줄어들고 있다. 당장 현재 인구수를 절대적인 기준으로 삼고 있는 선거제도로 인해 강원도 국회의원 수가 줄어드는 것이고 정치력 감소에 직접적인 요인이 되고 있다.

현행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 방식으로 강원도내 국회의원 선거구는 1996년 제15대부터 24년 동안 다섯 번의 변화가 있었다. 특히 15대 당시 춘천, 원주, 강릉이 각각 갑·을로 구분돼 전체가 13석이었지만 2000년 16대 선거에서 9석으로 줄면서 큰 변화가 일었다. 일부 군 단위 지자체는 선거 때마다 여기저기 붙여지며 '대의 정치' 의미가 사라졌다. 인제군 입장에서 보면 15·16대에 속초-고성-양양과 붙어 있다가 17대에 철원-화천-양구와 하나로 묶이더니 21대에서는 다시 속초-인제-고성-양양으로 돌아왔다. 태백-정선은 17~20대까지 영월-평창과 묶여 있었지만 2020년 21대 선거에서는 동해-삼척과 붙었다. 홍천-횡성도 마찬가지다. 15대부터 19대까지 20년동안 하나로 묶였으나 지난 선거에서 각각 '홍천-철원-화천-양구-인제' '태백-횡성-영월-평창-정선'으로 찢어지더니 지난 선거에선 홍천-횡성-영월-평창으로 재편성됐다. 그 중에서도 춘천을 일부 쪼개 인접해 있는 철원, 화천, 양구와 붙여 '춘천-철원-화천-양구 갑·을' 이라는 기형적인 모습의 선거구도 탄생했다. 여기에 선거구 늑장 획정은 주민들의 관심을 더욱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선거일 1년 전에 선거구를 획정해야 한다고 돼 있으나 선거일 40여일 전에 획정되는 일을 반복되고 있다. 유권자의 혼란은 커지고 후보자의 면면을 살펴보는 시간은 주어지지 않다보니, 총선 또한 유권자의 잔치가 아닌 그들만의 리그가 된 지 오래다.

여기에 인구감소로 인한 반복적인 선거구 재획정은 정치신인이 당선될 확률을 떨어뜨린다. 결국 정책 경쟁보다는 '인지도' 싸움이 되서다. 인구는 줄어드는데 면적은 넓고, 정치자금도 넉넉하지 않은 원외 정치인들은 큰 뜻을 품었다가도 결국엔 막막한 현실에 부딪쳐 꿈을 접기 일쑤다. 내년 총선에 '정치신인'이라 할 수 있는 이들이 손가락에 꼽힐 정도다. 새로운 물의 공급이 사라지면 활력이 떨어지고 정체되면서 결국 고인물이 된다.

더욱 큰 문제는 향후 10년, 20년 후 인구추계대로라면 강원도 국회의원 수는 지금보다 훨씬 줄고 그 힘은 지금보다도 약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는 것이다. 정치력 약화는 곧 경제력 약화로 이어진다. 현역 국회의원들이 스스로 고인물이 되지 않고 강원도민들을 위한다면, 주어진 기득권을 내려놓고 선거제도 개편에 뛰어들어야 하는 절실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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