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주야절경]검은 암벽에 피어난 보랏빛 꽃척박한 이 땅 일군 우리와 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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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강할미꽃

영월 등 도내 석회암벽에 서식
겨울 끝자락에서 봄소식 전해
산중 터잡은 강원도 사람 닮아
영양분 부족해 여러 색 변이도

꽃도 잠을 잔다.

백두대간에 자리 잡은 강원도는 잔설이 남아 있어 3월을 봄이라고 부르기엔 무리가 있다. 하루 기온 차이가 15도 이상을 기록하는 경우가 다반사라 두툼한 옷을 준비해야 한다. 강원의 봄은 ‘春來不似春(춘래불사춘)’을 실감하는 경우가 많다.

봄이 올 듯 말 듯 하는 요즘 동강할미꽃은 강원의 산하에 봄소식을 전하고 있다. 강원의 봄은 동강할미꽃의 개화로부터 시작된다. 영월, 평창, 정선, 삼척 등의 석회암 절벽에서 서식하는 강원도를 상징하는 꽃이다.

강원도에서만 볼 수 있는 꽃이다보니 더욱 사랑스럽다. 척박한 백두대간에 터전을 잡고 살아가며 아름다운 문화를 피워내는 강원도 사람들을 닮아 있다. 검은 석회암 절벽 틈에 뿌리를 내린 꽃은 흰색, 노란색, 보라색, 푸른색, 붉은색 등 다양한 색으로 사진가들의 눈을 매혹시킨다.

주변 자연이 검거나 혹은 흰색이 대부분인 시기 아름다운 색을 세상에 내놓은 꽃은 더욱 신비롭다. 영양분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석회암벽에 서식하는 식물은 다양한 색을 발현하는 변이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강변에 핀 동강할미꽃은 밤과 낮 시간대마다 다른 모습을 한다. 동강변에 자리 잡은 꽃들은 봄볕이 석회암벽을 온돌처럼 데우기 시작하면 산속의 식물들보다 조금 일찍 세상 구경에 나선다. 꽃은 따듯한 봄 햇살을 즐길 수 있는 낮 12시부터 오후 3시쯤 활짝 핀 모습을 보여준다.

행여 씨앗의 수정에 차질이라도 빚으면 어쩌나 걱정이라도 하는 듯 밤과 이른 오전에는 꽃잎을 닫고 기온이 오르기를 기다린다.

꽃도 잠을 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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