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평년보다 빠르게 기온이 오르면서 이례적인 고온 현상이 나타나자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이 우려되고 있다. 강원도 내에서는 올 3월까지 철원과 양양지역 농장에서 ASF 확진 사례가 발생했다. 지난해의 경우 5월에 홍천 농장에서 첫 감염 사례가 나왔다. 발생 시기가 전년보다 4개월가량 앞당겨진 셈이다. 더욱이 올해는 2019년 ASF 국내 발생 이후 처음으로 철원, 양양 등에서 겨울철 ASF 사례까지 보고됐다. 지난달 30일에는 철원·화천 인접 지역인 경기 포천의 확진 판정 소식에 지역 농가들은 또 뚫리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ASF의 재앙을 막는 길은 현재로선 바이러스의 도내 유입을 확실히 차단하는 것만이 유일한 대비책이다. 정부와 방역 당국은 농가들의 걱정이 커지자 ASF 방역 관리 강화 방안을 차질 없이 운용할 계획을 발표하고 비무장지대(DMZ)에서 민통초소 사이에 군 제독차 15대, 초소와 민통선 남쪽지역에 방역차 12대를 투입해 소독 작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최근 경기 포천 농장 확진 사례에 따라 철원, 화천 등 인접해 있는 시·군의 소독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확산 속도가 빠른 만큼 잠시라도 경계심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 3월부터 5월까지 멧돼지 출산기가 이어지는 점, 도내 DMZ 인근 접경지역에서 발견되는 멧돼지 사체에서 ASF 바이러스가 검출되고 있는 점 등은 위험 요인이다.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또한 조기 발견과 신속 대응이 중요한 만큼 의심 증상은 바로 신고해야 할 것이다. 지자체와 방역 당국 등은 강력한 초동 대응 조치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가축전염병은 축산 기반을 뒤흔들고 경제에 막대한 타격을 준다. 2010년 구제역 파동 때는 전국적으로 무려 350만마리의 소·돼지가 살처분돼 3조원의 엄청난 피해를 가져왔다. 당시 도내 돼지 살처분·매몰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전체 사육 마릿수 가운데 절반이 넘게 살처분됐다. 철원군의 경우 90%가 넘는 돼지가 사라졌다. 도내 축산업의 뿌리가 흔들리며 지역경제가 초토화됐다. ASF의 감염 대가는 더 참담하다.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 양돈농가에서는 방역망이 뚫리면 심각한 재앙이 덮친다는 점을 명심해 긴장의 끈을 놔서는 안 된다. 농가 경제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물가 상승 여파가 커지고 있는 이때 가축질병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는 일은 없어야겠다. 모든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해 철통같은 차단 방역으로 이 위기를 넘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