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거래소 가장한 도박 사이트에 … 3억 빚 안고 개인회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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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경찰, 선물 거래 도박 사이트 운영 110명 검거
3만명 모집해 3,300억 운영, 범죄 수익만 262억
선물 지수 등락 베팅 유도, 인터넷 방송 회원 모집

평범한 30대 직장인인 A씨는 한 인터넷 카페에서 솔깃한 광고글을 발견했다. '주식에 실패해 힘든 사람들은 가입하라'는 선물(先物)·옵션거래 사이트 홍보였다.

사이트에 가입한 이후에는 '롤러 코스터'를 타는 것 같았다. 수 일, 수 개월 단위로 등락을 반복하는 주식과 달리 '분 단위'로 돈을 잃고 따기를 반복했다. 300만원을 넣어 1억원의 수익을 낼 때에는 희망이 보이는 듯 했고, 대출까지 동원했다. 하지만 불과 3개월만에 남은 것은 3억원의 빚더미 뿐이었다.

개인 회생 절차를 밟기 시작한 그는 사이트 운영자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고, 재판이 진행 중이다.

A씨는 "공식 증권사가 아닌 사설 거래 사이트는 절대 이용하지 말라고 신신 당부한다. 거래소가 아닌 도박장이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사설 선물·옵션 거래형 도박 사이트가 회원을 모집하며 올린 광고글. <자료=강원경찰청 제공>

A씨와 같은 회원을 3만명 모집해 선물 거래소를 가장한 사이버 도박장을 운영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강원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5일 자본시장법 위반 및 도박 공간 개설 혐의로 6개 조직의 110명을 검거하고 이 중 20명은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8년 4월부터 올 2월까지 5년간 3,300억원대 불법 온라인 도박장을 운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구속 된 피의자 중에는 총책뿐만 아니라 회원 가입, 상담, 환전 등을 하던 하부 조직원도 있었다. 이들은 구인 광고를 보고 들어왔다가 공동 정범으로 구속됐다.

범죄 조직 일당이 만든 사이트는 국내외 선물 거래 데이터와 실시간으로 연동되는 무허가 HTS(Home Trading System) 프로그램으로 운영됐다. 이용자들이 선물 지수 등락에 베팅하면 큰 돈을 벌 수 있는 것처럼 홍보 됐지만, 사실은 지수를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수익을 가져갈 수 없는 구조였다.

◇무허가 사설 선물·옵션 거래형 도박 사이트 화면. <자료=강원경찰청 제공>

그럼에도 회원들이 몰린 미끼는 고수익이었다.

'30만원으로 최대 1억원까지 벌 수 있다'는 광고글에 주식 투자를 주로 하던 40~70대 등이 몰렸다. 최대 20억원을 잃은 이용자도 있었다.

범죄 조직 일당은 수익금을 꼬박 꼬박 챙겼다. 범죄 수익금은 262억원에 달했고 외제차, 명품을 사는데 쓰였다.

경찰은 범죄 수익금 전액에 대해 기소 전 몰수·추징 보전을 신청했고, 법원으로부터 전액 인용 결정을 받았다.

경찰은 범죄 조직의 상부를 쫓고 있다.

강원경찰청은 "사설 HTS 프로그램을 개발해 사설 업체에 공급하는 개발자를 추적하고, 같은 방식의 사설 업체 운영자 및 회원 모집책을 끝까지 검거해 금융투자형 도박장 범죄를 근절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이 압수한 범죄 수익금 사진. <자료=강원경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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