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특별기고]신문, 강원학 부흥 이끌 중요한 열쇠

홍성구 강원대 교수 미디어 커뮤니케이션학과

4월7일은 신문의 날이다. 한국 최초의 민간 신문인 ‘독립신문’이 1896년 4월7일 창간했는데, 1957년부터 이날을 신문의 날로 지정해 신문의 사명과 언론자유의 가치를 되새기고 있다. 인공지능이 기사를 작성하고, 라디오 방송을 진행하는 시대다. 그러나 신문은 어떤 첨단 매체도 흉내 낼 수 없는 역사성과 품격을 지니고 있다.

신문의 역사성과 품격은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인류학자인 베네딕트 앤더슨(B. Anderson)은 ‘상상된 공동체’에서 신문이 민족이라는 ‘상상의 공동체’를 형성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인쇄를 통해 대량 생산된 신문은 국경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누가 중요한 인물인지 독자들에게 알려주었다. 그리고 독자들은 매일 아침 신문을 읽으며 수많은 다른 이들이 자신과 같은 기사를 읽고 있다는 것을 확신했다. 신문을 매개로 한 새로운 경험은 구성원들이 서로 연대감을 지니고 있다고 상상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강원인이라는 연대감 또한 ‘강원일보’를 비롯한 지역 일간지를 통해 형성됐을 것이다. 1945년 창간 이래 지면에 기록된 강원인의 삶이 ‘강원일보’의 역사성이자 품격이다. 오랜 역사를 지닌 신문이 있다는 것은 지역사회의 행운이다. 옛날 신문을 통해 과거와 마주하여 우리 삶을 지탱하고 있는 연대감이나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문의 역사성과 품격은 지역사회의 뿌리를 탐구하는 지역학 연구와 맞닿아 있다. 올해 출범하는 강원특별자치도가 강원인과 함께하는 여정이 되기 위해서는 강원학과의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강원의 역사적 고유성과 미래의 비전을 서로 연결하는 역할을 강원학이 해야 한다.

하지만 강원특별자치도 출범을 앞둔 중요한 시점에 강원학에 대한 관심이 오히려 뒷걸음치고 있다. 강원학연구센터의 예산과 인력이 줄었고, 심지어 강원학 연구의 자율성 축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학계에서 나오고 있다. 강원학 연구의 외연을 확장하고, 학문적 자율성을 추구하기 위한 새로운 방향성 모색이 시급한 시점이다.

강원학 연구 활성화를 위해 무엇보다 지역 신문의 세심한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근대화 시기 신문 기사의 디지털 아카이브 구축은 강원학 활성화를 위해 매우 중요한 과제다. 강원지역에서 벌어진 크고 작은 사건에 관한 〈강원일보〉의 보도는 강원도 공식자료인 ‘도세일람’을 보완할 수 있는 풍부한 기록을 담고 있다. 나아가 정치·경제·사회·문화 전 분야에 걸쳐 세밀한 정보를 담고 있어 관련 연구를 풍성하게 할 수 있다. 강원학 연구의 차원에서 대학 도서관과 함께 디지털 아카이브를 구축해 연구자는 물론 일반 시민들이 손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근대화 시기 신문 기사 디지털 아카이브 구축은 강원학 부흥을 이끌 중요한 열쇠다.

기록매체로서 신문이 지닌 장점은 디지털 아카이브 기술과 만나 그 가치를 더욱 극대화할 수 있다. 학문적 차원을 넘어 독자들도 자신이 애착을 두고 있는 장소나 인물에 대한 신문 기사와 사진을 인터넷 검색을 통해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신문 기사 디지털 아카이브는 독자들에게 풍부한 기억과 이야기를 전해줄 수 있다.

근대화 시기 ‘강원일보’의 신문 기사를 강원도의 근대 기록유산으로 생각하고 접근해야 한다는 점을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다. 신문의 날을 맞아 모든 신문 종사자의 노고에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감사 인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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