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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산불]경포대를 사수하라…강풍·불길과 1시간여 사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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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불길이 경포대 뒤 100m 까지 근접
강릉시공무원 소화전으로 물 뿌리며 사투

◇11일 국가지정문화재 보물인 경포대 주변으로 번지자 강릉시 직원들이 호수로 물을 뿌리며 문화제를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강릉=권태명기자

11일 강릉시 난곡동 시루봉에서 발생한 산불이 강풍을 타고 국가지정문화재 보물인 경포대 인근까지 번지면서 한 때 문화재 보호에 비상이 걸렸다. 이 날 오후1시께 불길이 경포대로 향한다는 소식에 산불현장에 투입됐던 문화재청과 도문화관광국, 강릉시 등 관계 공무원들은 경포대를 지키기 위해 급하게 핸들을 돌렸다.

문화재청은 경포대 현판을 떼내어 인근 오죽헌박물관으로 옮기고 40여명의 강릉시 공무원들은 정자 부근에 설치된 소화전으로 정자에 연신 정자에 물을 뿌렸다. 하지만 강풍을 타고 무서운 속도로 달려드는 불길은 어느새 경포대 뒤쪽 100여m 지점 까지 뻗쳐와 경포대 주변 벚나무로 불똥을 튀겼다.

소화전으로 감당하기 어려워지자 강남동 산불진화차량까지 투입해 겨우 불길을 잡았다.

진화에 참여한 공무원들은 몸을 가누기 조차 어려운 강풍과 숨 쉬기 조차 힘든 매연에 시달리며 1시간여 사투를 벌여야 했다. 오후 2시가 넘어 불길이 잦아들며 경포대를 지켜낸 뒤에야 김밥으로 늦은 점심식사를 하며 허기를 달랠 수 있었다.

매연에 눈이 충혈된 김일우 강릉시 관광개발과장은 “강릉 토박이지만 이렇게 무섭게 번지는 불길은 처음 봤다”며 “소화전과 산불진화차량이 없었다면 경포대를 지키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 날 산불로 강원도 유형문화재인 방해정 일부가 소실됐고, 경포호 주변에 있는 작은 정자인 비지정문화재 상영정은 전소됐다.

관동팔경 중 하나인 경포대는 1326년 고려 충숙왕 13년 지중추부사 박숙에 의해 창건된 건물로, 석호인 경포호와 더불어 동해안의 명승지로 유명하다. 국가민속문화재 강릉 선교장과 국가지정문화재 보물 오죽헌은 산불 번지는 방향과 반대 쪽에 위치해 무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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