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산불 피해를 입은 강릉시에 대해 특별재난지역이 신속하게 선포됐다. 강원도는 지난 11일 오후 강릉 산불 진화 직후 행정안전부에 공문을 보내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요청했다. 이날 난곡동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 관련 피해 신고가 120여개소에서 들어왔다. 12일 오전 6시50분께까지 주택 68개소, 펜션 26개소, 호텔 등 숙박시설 7개소, 문화재 1개소, 기타 23개소 등에서 피해가 접수됐다. 경포호 인근 펜션 밀집지역의 피해가 가장 컸다. 이번 강릉 산불은 그야말로 초대형 화재가 됐다.
산불이 강풍을 타고 국가지정문화재 보물인 경포대 인근까지 번지면서 한때 문화재 보호에 비상이 걸렸다. 화재 현장은 전쟁터를 방불케 할 정도로 참담하다. 1명이 숨지는 등 인명 피해도 발생했다. 겨우 몸만 빠져나온 화재 피해 주민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먼발치에서 불길에 휩싸인 집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강릉 아이스아레나와 사천중, 초당초 등에 마련된 대피소에는 322명의 주민이 피신했다. 대형 산불로 주민들이 큰 고초를 겪고 있다. 강릉 산불 피해지역이 조속히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돼야 하는 이유였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되면 재난으로 사망·실종한 사람의 유족과 부상자에게 구호금이 지원된다. 또 산불로 생계 유지가 곤란하게 된 경우 생계비가 지원된다. 산불로 주택이 전소 또는 일부 피해를 입은 경우 각각 복구비가 지원된다. 각종 세제·행정·금융·의료상 혜택도 주어진다. 산불로 파손된 자동차와 건축물 등을 2년 안에 바꿀 때 취득세와 등록면허세를 내지 않아도 되며 불에 타 사용할 수 없는 것으로 확인되면 자동차세도 안 내도 된다. 연금보험료, 통신요금, 전기요금, 도시가스요금, 지방난방요금 등도 감면해 준다. 당국은 강릉시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만큼 주민들의 삶의 터전 마련 등을 위한 지원과 보상이 신속하게 이뤄지도록 행정력을 총집중해야 할 것이다.
매년 3, 4월이 되면 연례행사처럼 산불로 나라 전체가 ‘위기’를 맞는 만큼 이제라도 당국은 산불 대책 총점검에 나서야 할 것이다. 최근 20년간(2003~2023년) 도내에서 3~5월 봄철에 발생한 대형 산불은 9건으로 이 중 5건이 최근 5년 사이에 집중됐다. 2018년 3월 28일 전선 단락이 원인으로 추정되는 고성 간성면 산불에 이어 2019년 4월4, 5일 이틀간 고성과 강릉 옥계면 일대 2,525㏊를 태운 대형 산불이 발생했다. 산불이 잦고 큰 피해가 집중되는 동해안에 대한 산림 정책을 정교하게 다듬어야 할 때다. 소나무 위주의 단순림 정책이 산불에 취약한 것은 아닌지도 따져 볼 일이다. 땜질식 처방만 나열할 게 아니라 과학적인 감시 시스템 구축 등 근본적인 산불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산불 예방, 대비, 대응, 복구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점들을 정밀하게 분석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