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유류세 인하 연장, 경제 후퇴로 이어져선 안 돼

이달 말 종료 예정이던 유류세 인하 조치가 4개월 연장됐다. 정부가 최근 어려운 재정 여건에도 불구하고 서민 경제 부담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것이다. 주요 산유국 협의체(OPEC+)의 감산 발표로 국제유가 불확실성이 확대된 만큼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세수 공백 등의 후폭풍을 감당할 충분한 대책을 마련해놓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올해는 국세 수입이 4년 만에 세수 결손이 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올 2월까지 누계 세수가 전년 동기 대비 15조7,000억원이나 줄었는데 앞으로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경기 불확실성도 커 법인세·소득세·부가가치세 등 3대 세목에 모두 적신호가 켜졌다. 정부가 전망한 올해 세입 예산이 400조5,000억원인데 3월 이후 전년 수준으로 꾸준히 세금이 걷힌다고 해도 20조 원가량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이번 유류세 인하 조치 연장으로 5조5,000억원의 추가 세수 확보에도 차질이 발생했다. 유류세 인하는 효과에 한계가 있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된다. 체감 혜택이 크지 않은 데다 국제유가가 오를 경우 인하 효과마저 상쇄된다.

특히 일률적 유류세 인하의 혜택이 저소득층보다 고소득층에 몰린다는 것은 2008년 금융위기 등 역대 정책 평가에서 확인된 바 있다. 직격탄을 맞는 저소득층을 위한 지원 방안 마련이 절실한 이유다. 고물가는 경기 침체를 야기하고 저소득층 생계에 큰 타격을 주게 된다. 따라서 정부가 서민 고통을 줄이기 위한 새로운 물가 대책을 추가로 발굴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물가 상승에 따른 실질소득 감소는 코로나19 사태에 이어 고금리 상황에 처한 취약계층에 치명적이다. 정부의 경제 정책 방향은 지금부터가 더욱 중요하다.

현재 우리 경제는 물가 상승세는 주춤하고 있지만 성장률 둔화는 지속되는 변곡점에 와 있다.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정책도 비중 있게 챙겨야 한다. 세수 감소는 한국경제 곳곳에 빨간불이 들어왔음을 나타내는 종합 신호라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경제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데 세금이 잘 걷힐 리 만무다. 꺼져 가는 기업의 성장 엔진에 활력을 불어넣는 게 당장 필요하다. 수출은 막히고 은행에 꼬박꼬박 내는 이자비용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근본적인 대책은 경기 활성화와 지출 구조 조정이다. 경기가 살아나 기업 투자와 민간 소비가 활력을 되찾으면 인위적인 증세 없이도 세수가 자연히 늘어나는 선순환을 일으킬 수 있다. 선심 정책 경쟁으로 경제 살리기가 후퇴하는 일이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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