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산불 피해지역 절도 행위, 이재민 두 번 울리는 범죄

강릉 산불 피해지역에서 펜션 및 주택 등을 대상으로 가전제품 등을 훔쳐 가는 절도가 이어지고 있다. 도둑이 기승을 부리자 일부 피해지역 주민들은 마을 곳곳에 외부인 출입 자제를 요청하는 현수막까지 붙였다. 일부 건물에는 폴리스라인을 설치해 외부인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피해 복구에 정신이 없는 이재민들이다. 산불로 고통을 겪는 이재민들에게 더 큰 상처를 주는 범죄는 용서받을 수 없는 악질 중에도 최악이다. 오랜 시간 고통을 감내해야 할 이재민들의 심정을 조금이라도 헤아린다면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행위다. 당장 절도범들을 붙잡아 엄벌에 처해야 한다.

산불 피해지역의 혼란한 틈을 노린 사기나 금품 절도 등 범죄는 그간에도 지속돼 왔다. 지난해 3월 대형 산불이 난 경북 울진에서 주민이 대피한 틈을 타 빈집에 들어가 물건을 훔치려 한 도둑이 검거됐다. 결국 야간주거침입 절도미수, 절도, 주거침입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2019년 4월 고성 산불 때는 불에 타 무너진 주택에서 돈이 되는 동판과 구리선만 골라 훔친 50대가 붙잡힌 바 있다. 성금 모금이나 피해 복구 등을 미끼로 사기 행각을 벌인 사례도 있다. 지난해 3월 울진에서는 군청 공식 트위터 계정을 가장해 산불 피해자 돕기 성금을 받아 챙기려는 시도가 있었다. 2020년 9월 고성에서는 낡은 건물 철거 공사를 맡은 공사업체 관계자가 “철거한 자리에 이재민용 이동식 조립주택을 설치하면 좋겠다”며 소유권이 없는 조립주택을 팔겠다고 속여 800만여원을 뜯어내는 등 사기 범죄를 저질러 징역 1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그렇지 않아도 이재민들은 한순간에 삶의 터전을 잃고 거처를 옮겨 다니며 생활하는 등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일터를 잃은 주민들은 생계를 걱정하며 밤잠을 설치고 있다. 강풍을 동반한 화마는 감당하기 힘든 큰 상처를 남겼다. 커다란 시련에 직면해 있는 이재민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는 중벌로 다스려야 한다. 이번 기회에 다시는 이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일벌백계하는 것이 당연하다. 경찰은 산불 피해지역 내 순찰활동을 강화하는 한편 범죄 발생 시 신속하게 검거해 엄정히 수사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재민들을 두 번 울리는 일이 없도록 치밀한 예방활동과 수사를 통해 악질적인 범죄 행위를 근절해 줄 것을 당부한다. 또한 산불 피해지역 주민들이 마음 놓고 열심히 피해 복구에 온 힘을 기울일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데 정부도 예산 등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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