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The 초점]380조 쏟아부은 저출산 정책 제대로 가고 있나

김향정 동해시의원

최근 ‘초저출산’이 심각한 현안으로 떠오르며 저출산 예산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가기록원 자료에 따르면 1970~1990년까지 출산율을 획기적으로 낮추지 않으면 인구 증가를 막지 못한다는 압박을 받았고, 여전히 강하게 남아 있던 남아 선호 사상이 출산율을 낮추는 데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전제 아래 강한 출산억제 정책을 도입했다. 그러나 출산억제 정책으로 인해 인구 성장률이 유지되지 않고 급격히 감소하게 된다. 이에 따라 사회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지고 정부 정책도 출산 장려로 전환되면서 2006년부터 15년간 380조2,000억원의 출산 관련 정책예산을 쏟아부었다. 그런데 이 정책은 그동안 처절할 정도로 실패에 가까운 결과를 낳았고, 앞으로도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앞으로 더 많은 투자가 불가피하다.

통계청 기록에 따르면 2006년부터 2020년까지 태어난 출생아를 모두 합치면 626만1,467명으로 단순히 계산하면 아이 한 명을 낳을 때마다 6,070만여원의 예산이 투입된 셈이다. 하지만 출산율은 해마다 가파르게 추락했다. 매년 정부 예산안 발표 때마다 ‘약방의 감초’처럼 빠지지 않지만, 그때마다 실효성에 물음표가 붙는 ‘저출산 예산’ 은 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우선 저출산 대책의 목표에 부합하지 않는 사업들이 포함된 사례가 발견됐다. 아이를 낳을 청년과 무관하게 단순히 창업을 지원하거나, 프로 스포츠팀을 지원하거나, 대학 인문학을 강화하는 프로그램이 예산에 포함되는 식이다. 저출산 예산이라는 개념 자체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으로 사용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저출산을 해결해야 한다는 압력이 강해지자 각 부처가 이를 명분으로 과도하게 관련 예산을 확대하려는 경향을 갖게 된다. 저출산 해결이 목표라면 최소한 출산할 수 있는 가임기 여성을 우선 조사하고 사업 구상을 해야 하는 것이 기본이다. 이런 맥락에서 특히 주목받는 것이 ‘직접지원사업’의 비중이다. 출산, 보육, 난임 가정에 각종 수당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 ‘직접지원사업’이고 주거, 고용, 교육 등 아이를 낳고 기를 여건을 마련하는 사업이 ‘간접지원사업’이다.

일부 정치인이나 언론은 정부가 저출산 문제를 핑계로 현금을 살포하고 있다며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하지만 한국의 직접지원사업 예산 비율은 1.43%로 3~5% 정도를 반영하고 있는 선진국보다 훨씬 낮다.

2021년 육아정책연구소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현재 전체 저출산 정책 예산 중 간접지원예산 비중이 60%를 넘었으며 전체 저출산 예산 증액이 확대되면서 충분한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는 착시효과 때문에 정작 출산과 육아에 직결되는 직접지원예산은 충분한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방소멸의 원인 중 하나가 저출산인 만큼 지자체마다 정부에서 내놓는 정책, 예산 반영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지방소멸위험지역인 113개 지자체가 비슷한 정책들만 내놓고 있어 저출산 대책의 틀을 개편할 필요성도 있어 보인다.

필자는 3명의 자녀를 모두 정부가 저출산 예산을 쏟아부은 시기에 출산했다. 그렇다면 우리 가정에 정부에서 반영해 준 예산이 1억8,000만원 정도는 돼야 하는데 왜 체감할 수 없는지 의문이다. 왜 출산을 하지 않는가? 왜 한 자녀 이상 낳지 않는가? 왜 초등돌봄 공백으로 인한 경력단절여성이 생기는가? 왜 청년들은 비혼주의자가 됐는가?

아이와 부모가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한 정부와 지자체의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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