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내에서 기존 전세보다 보증금이 낮아지는 ‘역전세’ 현상이 심화돼 피해 확산이 우려된다. 부동산전문기업이 법원 등기정보광장을 분석한 결과 올 1~4월 도내 주택 임차권등기(임차권등기명령) 신청 건수는 10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7건 대비 두 배 이상 급증했다. 임차권등기는 세입자가 기존 임대주택에서 이사를 나가면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경우 대항력을 유지하기 위해 설정한다. 즉, 직전 세입자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상황에서 부득이하게 이사를 했다는 뜻이다. 전세 보증금은 대부분 집주인이 새로 들어올 세입자에게 받아서 이전 세입자에게 내주는 구조다. 자칫 집주인이 신규 세입자를 구해도 이전보다 낮은 전세가로 인해 기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제때 돌려주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최근 고금리로 인해 전셋값이 급락하고 거래가 얼어붙으면서 전국적으로 역전세 피해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지금의 역전세는 시작에 불과하다고 한다. 고금리로 인해 전세가 하락이 계속되고 있는 데다 올해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 등 임대차2법 시행 이후 전셋값 폭등기인 2021년에 계약한 전세 2년 만기가 본격적으로 도래하기 때문이다. 실제 원주 반곡동의 한 아파트 12층 세대(전용면적 85㎡)는 2021년 3월 전세 3억4,000만원에 거래됐지만 2년 뒤인 올해 2월 같은 세대의 전세계약에서는 2억원에 거래가 체결돼 기존보다 무려 1억4,000만원 떨어진 ‘역전세’가 발생했다. 도내 아파트 전세가격 하락은 지난해 9월 첫째 주부터 35주째다. 깡통 전세로 집주인이 전세 보증금을 제때 돌려주지 못하는 사태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도내 전셋값 하락이 지속되면 앞으로 역전세 대란이 올 수 있다.
집주인이 집을 담보로 대출을 한 전세 세입자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임대인이 최선을 다해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무엇보다 세입자가 전세 계약 때 압류와 같은 권리 침해 사항이 없는지,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는지 철저하게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역전세 피해 구제를 위한 최선의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역전세난을 해소하고 세입자의 피해를 예방할 수 있도록 제도 보완을 서둘러야 한다. 정부와 국회는 전세금 반환용 대출 규제 완화와 집주인의 전세보증보험 가입 의무화, 보증금예치제 도입 등 다양한 대책을 수립해 서민들의 주거 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