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군부대 떠난 땅에서 오염 물질…부실 정화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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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시 석사지구 옛 경자대대 부지 민간 개발 과정서 오염토, 폐기물 다수 나와
2016년 국방부 주도로 이미 정화 마친 땅…부실 정화 의혹 뒤따라
국방부, 춘천시 책임 핑퐁에 손해배상청구 소송 제기

◇토양 오염 물질이 발견된 춘천 캠프페이지 일대 자료 사진. 출처=강원일보DB

국방부가 토양 정화를 마친 군부대 이전 부지를 민간이 개발하는 과정에서 기름에 오염된 흙과 폐기물이 무더기로 발견됐다. 오염 정화를 마치고도 10년 후 각종 독성 물질이 검출된 사실을 강원일보가 단독 보도한 ‘춘천 캠프페이지 부실 정화 파문’과 판박이인 셈으로, 군 유휴지 오염 정화 시스템 전반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춘천시 석사동 옛 611경자동차대대 부지를 매입해 NH타운을 지은 춘천농협은 2021년 8월 국방부와 춘천시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시작했다. 손해배상청구 금액은 16억8,000여만원으로 다음달 초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이번 소송은 석사동 경자대대 이전 부지, 지금의 NH타운 건축 공사 현장에서 발견된 유류 오염 토양의 발생 책임을 가리기 위한 것이다.

춘천농협은 2020년 상반기 NH타운 기초 토목 공사를 위해 해당지역 땅을 파던 중 매캐한 기름 냄새가 나는 검은 오염토를 발견했고 기름 성분과 섞여 오염된 지하수를 확인했다. 이 곳에서는 군용 폐타이어, 폐전신주 등 각종 폐기물도 나왔다. 공사는 중단됐고 대학 조사팀이 정밀 조사를 실시한 끝에 다수의 지점에서 토양이 오염된 것을 확인했다.

춘천농협 관계자는 “담벼락, 야산으로 추정되는 곳에서 엄청난 양의 오염토가 나왔다”면서 “대학 조사팀에서는 오염토의 형질과 냄새를 보고 1~2년 만에 만들어진 것 아니라 오래 전부터 생긴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NH타운이 들어서기 전 옛 611경자동차대대 이전 부지. 출처=강원일보DB

문제는 해당 부지가 이미 2016년 7월 국방부 주도로 토양 오염 정화 작업을 끝낸 곳이라는 점이다. 옛 경자대대 부지는 1950년대부터 군사 시설로 쓰였고 2012년 부대가 떠난 이후 토양 오염이 확인돼 2014년부터 2년여 간 정화 작업이 이뤄졌다.

춘천농협은 부실 정화를 의심하며 항의했지만 국방부와 춘천시는 책임을 회피했다. 오염토 반출과 정화 비용, 공사 연장으로 인한 시공비 증액, 준공 지연에 따른 영업 손실 등의 피해는 그대로 남았다.

춘천농협 관계자는 “오염토 발견으로 공사가 2~3개월 멈춰 피해가 컸음에도 책임과 배상에 관해 춘천시와 국방부 간 핑퐁만 오고 갔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춘천시 관계자는 “국방부에서 정화 작업을 끝냈다고 전달 받아 행정 절차에 맞춰 소유권을 이전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소송을 수행하는 국방시설본부 관계자는 “재판이 진행 중이라 자세한 사항은 공개가 어렵지만 당시 법령에 따라 적법한 절차로 정화 활동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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