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 영서권에 8일째 비소식이 이어지고 있지만 정작 영동지역은 비가 제대로 오지 않아 가뭄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5일 강원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영동지역의 최근 6개월간 누적 강수량은 257.1㎜로 평년(339.5㎜)의 75.8%에 머물고 있다. 영동지역 강수량은 전국 최저 수준이다.
대기 상층과 지상의 온도 차이가 커지면서 발생하는 대기 불안정으로 인해 영서지역은 천둥·번개를 동반한 소나기가 이어진 반면 영동지역은 바람이 백두대간을 타고 넘어갈 때 기온은 오르고 습도는 낮아지는 '푄' 현상으로 인해 가뭄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메마른 날씨가 이어지며 영농철을 맞은 영동지역 농가들의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가뭄으로 물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생육부진과 병해충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기상청은 강릉‧동해‧삼척을 ‘가뭄 관심단계’로 분류했다. 가뭄 관심단계는 하천 및 수자원시설의 수위가 평년에 비해 낮아 가뭄대비가 필요한 상태를 뜻한다.
동해시 괴란동에서 감자를 재배하는 이봉희(여·64)씨는 매마른 날씨에 3,300㎡의 감자밭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해 물을 뿌리고 있다. 이씨는 “생육기를 맞은 봄감자가 가뭄으로 알이 자라지 않고 힘이 없어질까봐 근심”이라며 한숨 지었다.
비가 오지 않으며 영동지역 내 저수율도 떨어지고 있다. 한국농어촌공사의 저수율현황 에 따르면 15일 기준 평년 저수율 대비 저수율이 70% 미만인 도내 저수지는 모두 8곳(강릉 4곳‧삼척 2곳‧고성 1곳‧홍천 1곳)으로 이 중 7곳이 영동지역이었다.
삼척 원덕읍 산양리에서 벼농사를 짓는 김성주(여‧63)씨는 “얼마전 모내기를 마친 논이 마를까봐 양수기 6대를 동원해 논에 물을 댔지만 양수기로 공급할 수 있는 물의 양은 한정적이기 때문에 비가 오지 않으면 큰 의미가 없다”고 걱정했다.
영동지역의 메마른 날씨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오는 25일까지 영동지역의 강수확률을 40% 이하로 예측했다.
강원특별자치도 재난안전실 관계자는 “관련 부서와 가뭄 비상대응 팀을 꾸려 시기별 가뭄 대비 종합계획을 수립, 지역별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며 “가뭄 상황 단계 상향 시 긴급 급수 등 즉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