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학대 범죄가 다시 늘고 있다. 강원도노인보호전문기관 등에 따르면 강원도 내 노인학대 발생 건수는 2019년 365건, 2020년 414건, 2021년 373건, 2022년 430건에 달했다. 이 중 가정 내 학대 건수는 2019년 194건, 2020년 311건, 2021년 231건, 2022년 260건으로 전체 노인학대의 63.0%가 집 안에서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에 접수된 강원지역 노인학대 신고 건수도 2017년 129건, 2018년 155건, 2019년 218건, 2020년 293건으로 연평균 31.3%씩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가해자가 형사처벌을 받는 경우는 드물다. 가족의 처벌을 원치 않는 피해자가 많기 때문이다. 경제적 능력이 없는 노인의 경우 가족에게 전적으로 의지해야 하는 만큼 신고를 하게 되면 생계에 지장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신고를 머뭇거리게 하는 요인일 것이다.
가장 가까이서 보호해야 할 가족이 오히려 가해자라면 심각한 문제다. 특히 가정 내에서 벌어지는 노인학대는 대부분 외부로 드러나지 않아 학대가 장기간 반복되는 경향이 있다. 학대를 당해도 외부에 알려지는 것이 부끄럽고 가족에게 피해를 줄까 봐 신고하지 않는 노인의 경우 매우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는 셈이다. 게다가 겉으로 흔적이 잘 나타나지 않는 정서적 학대와 방임 등은 주변에서 눈치채지 못해 신고조차 되지 않는다. 또 설사 학대를 당하고 있더라도 타인이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없는 자기결정권을 지닌 성인이어서 대책 마련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돌봄에 대한 부담이 커지면서 가정 내 노인학대 발생 가능성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가족을 위해 희생한 노인들이 가족에게 학대받는 비극은 사라져야 한다.
노인 보호는 초고령 시대를 맞은 지역사회가 반드시 풀어야 할 현안이다. 범사회적인 인식 개선과 함께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가족은 물론 지역사회 구성원 모두 나약한 노인을 학대 대상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는 의식 전환이 필요하다. 사회 안전망 강화를 통해 노인들이 보호받을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도 마련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피해자 보호와 학대 예방을 위해 이웃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 제고 및 신고 활성화뿐만 아니라 경찰청과 보호전문기관들의 적극적인 연계 및 협업 강화가 절실하다. 노인 일자리 확대, 사회봉사와 같은 노인의 역할 분야를 확충하는 정책도 중요하다. 노인들의 경제여건 개선은 학대를 줄이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노인들이 존중과 보호를 받는 지역사회를 만들기 위한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