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물가의 고공행진으로 서민들은 밥 한 끼 먹기가 무섭다. 최근 한국소비자원의 가격정보사이트 참가격에 따르면 도내 8개 주요 외식품목의 가격은 5년 전과 비교해 평균 30% 상승했다. 김밥 한 줄 가격은 2018년 5월 2,056원에서 올 5월 2,922원으로 42.1% 급증했다. 같은 기간 비빔밥 1인분은 6,778원에서 41.8% 치솟아 9,611원이 됐다. 5,000원도 안 되는 가격에 먹을 수 있었던 짜장면은 평균 6,722원을 기록, 7,000원을 앞뒀고 삼겹살 1인분은 1만1,444원에서 1만5,099원으로 뛰어올랐다. 이 밖에 냉면도 28.8%(9,444원) 인상해 1만원에 육박했고, 칼국수 22.3%(8,222원), 삼계탕 20.9%(1만5,444원), 김치찌개 19.9%(8,056원) 등의 상승률을 보였다.
8개 대표 외식메뉴 중 9,000원 이하 메뉴는 2018년 6개에서 2023년 4개로 줄었다. 이젠 1만원을 주고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메뉴는 짜장면, 김치찌개, 칼국수, 김밥 등 네 가지에 불과하다. 여름철 대표 음식인 냉면은 1만원에 이르고 있다. 외식물가가 이처럼 지난 수년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것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유가와 곡물 가격 등이 폭등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밀은 1년 전보다 40%, 옥수수는 20%가량 내리는 등 원자재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는데도 관련 외식물가는 떨어지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업체들은 전기·가스 요금 등 원자재 이외 비용이 올라 가격을 인하하기 어렵다고 한다. 원자재 값 하락분을 상쇄할 정도인지 따져 봐야 할 부분이다.
여기에다 앞으로 폭염과 장마로 농축산물 가격은 더 뛸 것으로 예상된다. 외식, 여행 등 개인서비스 가격 상승세도 언제까지 이어질지 종잡기 어렵다. 지금은 세계 경제 전반에 먹구름이 드리운 불확실성의 시기다. 물가 당국이 하루하루의 가격 동향에 일희일비한다면 위험에 대비하기 어렵다. 지나친 비관론도 금물이지만, 지금은 긴 안목으로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다양한 비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물가 급등은 소비와 투자를 위축시켜 경기 침체를 유발하고 임금 상승을 압박하는 악순환을 불러올 수 있다.
물가 당국은 고물가가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차단하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그간 우리는 고삐 풀린 물가를 잡지 못해 곤경을 겪은 사례를 수없이 봐 왔다. 물가 관리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 가용한 정책 수단을 총동원해야 한다. 고물가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해 정부가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