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24시간의 반란'…프리고진 "유혈사태 피하고자 모스크바 코앞서 병력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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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루스 루카셴코 대통령과 협상타결…병력이동 중단 및 상황완화 합의
바그너그룹 철수 시작…크렘린 "프리고진 입건 취소, 병사들도 기소 안해"
프리고진 군수뇌부 처벌 요구 수용 여부는 미공개…푸틴 리더십 타격 예상

◇로스토프서 철수하는 바그너 그룹[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속보=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무장반란이 24시간 만에 극적으로 종결됐다.

모스크바를 코앞에 둔 상태에서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유혈사태 피하고자 병력을 철수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최대 위기를 모면했다.

거침없이 진격하던 바그너 그룹은 모스크바 코앞에서 협상을 통해 철수를 결정했고, 러시아는 그가 벨라루스로 떠나는 조건으로 그와 병사들을 처벌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마주보고 달리는 기차처럼 정면충돌이 불가피해 보였던 양측이 한발씩 물러나면서 24시간에 걸친 반란 사태는 극적으로 해결됐지만, 푸틴 대통령의 리더십에 적잖은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24일(현지시간) 스푸트니크,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프리고진은 이날 오디오 메시지를 통해 유혈사태를 피하기 위해 모스크바로 향하던 병력에 기지로 철수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프리고진은 "그들은 바그너 그룹을 해체하려고 했고, 우리는 23일 정의의 행진을 시작했다"며 "하루 만에 모스크바에서 거의 200㎞ 내까지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우리 전사들의 피 한방울도 흘리지 않았으나 이제는 피를 흘릴 수 있는 순간이 왔다"며 "어느 한 쪽 러시아인의 피를 흘리는 데 따르는 책임을 이해하기 때문에 계획대로 병력을 되돌려 기지로 돌아간다"고 밝혔다.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 그룹이 반란을 일으킨 24일(현지시간) 모스크바 붉은 광장의 모습.[타스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벨라루스 대통령실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합의 하에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바그너 그룹 수장 프리고진과 협상했다"며 "양측은 러시아 내에서 유혈 사태가 벌어지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데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프리고진이 바그너 그룹의 이동을 중단하고, 상황 완화를 위한 조처를 하라는 루카셴코 대통령의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또한 바그너 그룹 소속 병사들의 안전을 보장하는 합의가 논의되고 있다고 벨라루스 대통령실은 덧붙였다.

이러한 합의가 도출된 후 바그너 그룹은 이날 오전부터 점령 중이던 로스토프나노두에서 철수하기 시작했다고 AFP가 전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이후 푸틴 대통령과 통화하고 협상 결과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고 벨라루스 국영 벨타 통신이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은 협상 결과에 대해 루카셴코 대통령에게 감사의 뜻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정상의 통화는 이날 저녁에만 두 번째였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프리고진에 대한 형사입건은 취소될 것이다. 그는 벨라루스로 떠날 것"이라고 밝혔다.

◇로스토프서 철수하는 바그너 그룹[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다른 바그너 그룹 병사들도 전선에서 그들이 용감히 싸운 점을 고려해 기소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협상 배경에 대해선 "협상이 타결됨으로써 추가 손실을 막을 수 있었다"며 "유혈사태를 피하는 게 책임자 처벌보다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또 이번 사태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선 "말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날 반란을 일으킨 바그너 그룹은 남부 로스토프나노두 군 시설을 장악한 뒤 모스크바를 향해 북진 중이었다.

이들은 전날 러시아 국방부가 자신들의 후방 캠프를 미사일로 공격했다면서 군 수뇌부의 처벌을 요구하며 우크라이나를 벗어나 러시아로 진입했다.

러시아는 프리고진에 대해 체포령을 내리고 모스크바 등지에 대테러 작전 체제를 발령했다.

푸틴 대통령도 이번 사태를 반역으로 규정하고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으나 프리고진은 투항을 거부하고 모스크바로 진격을 계속했다.

반란 초기 러시아군이 거의 저항하지 못하면서 바그너 그룹은 빠르게 진격을 거듭했으나 이후 러시아가 대테러 작전 체제를 선포하면서 곳곳에서 교전도 벌어졌다.

러시아 서남부 보로네시에서는 유류 저장고에서 폭발과 함께 화재가 발생했고, 러시아군 헬리콥터가 이동 중인 바그너 그룹을 공격하는 장면도 포착됐다.

수비에 나선 러시아군은 바그너 그룹의 공세에 상당한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벨라루스 텔레그램 미디어 넥스타는 이날 러시아군이 헬리콥터 6기와 항공관제기 1기 등 항공기 7기를 손실했다고 전했다.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신화 연합뉴스 자료사진]

바그너 그룹이 하루 만에 로스토프나노두에서 1천㎞ 거리에 달하는 모스크바로 빠르게 접근해오자 모스크바의 긴장은 크게 고조됐다.

이날 붉은 광장과 시내 주요 박물관이 폐쇄됐으며, 시 당국은 도로 폐쇄 가능성에 따라 주민들의 통행 자제를 촉구했다. 26일 하루는 위험 최소화를 위해 모스크바에 휴무일이 지정됐다.

모스크바 남부 외곽 지역에는 장갑차와 병력이 주둔한 검문소가 설치됐고, 모스크바로 향하는 일부 도로에서는 바그너 그룹의 진격을 막기 위해 포크레인 등 중장비가 도로를 파헤쳐 끊는 모습도 포착됐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저녁 대국민 연설에서 푸틴 대통령의 통제력 상실이 입증됐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하루 만에 그들은 백만 단위의 도시 여러 개를 잃었고 모두에게 러시아 도시를 장악하고 무기고를 탈취하는 게 얼마나 쉬운지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또 러시아인들을 향해 "여러분의 군대가 우크라이나에 더 오래 있을수록 러시아는 더 황폐해질 것이다. 푸틴이 크렘린에 더 오래 있을수록 더 많은 재앙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설하는 푸틴 대통령 지켜보는 모스크바 시민[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다음은 작년 2월 발발한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바그너그룹의 행보를 다룬 주요 일지.

◇ 2021년

▲ 12월 = 아프리카 작전 중이던 바그너그룹 인력을 모스크바 외부 기지로 소환. 조직 재편성한 뒤 우크라이나로 파견.

◇ 2022년

▲ 1월 = 개전 직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암살 위해 우크라이나 침투. 암살 작전은 실패.

▲ 3월 = 용병 1천여 명, 돈바스 등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 배치.

▲ 5월 = 용병 3명, 우크라이나에서 민간인 살해한 혐의로 기소.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바그너그룹 용병이 기소된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음.

▲ 7월 = 동부 도네츠크주(州) 바흐무트 공세 본격화. 병력 보강 위해 죄수 대상으로 신병 모집 시작. 프리고진 추정 인물이 직접 교도소에서 전투원 모집하는 동영상 유포되기도.

▲ 9월 = 프리고진, 바그너그룹 창설 사실 처음으로 공식 인정.

▲ 10월 = 프리고진, 우크라이나군이 도네츠크 리만 수복하자 러시아군 수뇌부 공개 비난. 이후로도 러시아 지휘부 겨냥한 극언 행보 이어감.

◇ 2023년

▲ 5월 9일 = 프리고진, 푸틴 대통령 직접 겨냥한 듯한 발언 내놔 주목. 그가 러시아 고위 관리 외 푸틴 대통령을 직접 비난한 건 이때가 처음.

▲ 5월 20일 = 바흐무트 완전 점령 선언.

▲ 5월 25일 = 탄약 부족 등 문제 지적하며 러시아 정규군에 바흐무트 넘기고 철수 선언. 후방으로 부대 이동.

▲ 6월 11일 = 자국 국방부와 정식 계약 체결 않겠다고 선언. 국방부는 체첸 특수부대 아흐마트와 계약.

▲ 6월 23일 = 프리고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에 맞서 승리하고 있다는 푸틴 대통령 발언 정면 반박. 러시아 국방부가 바그너그룹 후방 캠프 타격한 탓에 사상자 발생했다고 주장하며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을 응징하기 위한 '정의의 행진'을 시작하겠다고 선언. 이에 러시아 정부는 '무장 반란 혐의'와 관련한 수사 계획을 발표하고 프리고진에 대한 체포 명령을 내림.

▲ 6월 24일 = 바그너그룹, 정부 대응에 반발해 우크라이나 국경 넘어 러시아로 진격 개시.

쇼이구 장관,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 등을 응징하겠다며 이날 오전 7시 30분께 러시아 남부 로스토프주의 주도 로스토프나도누의 군사 시설을 통제하는 데 성공했다고 선언.

이후 북진을 이어가면서 모스크바에서 남쪽으로 500㎞ 떨어진 보로네시주까지 접수했고, 푸틴 대통령은 같은날 오전 10시께 긴급 TV 대국민 연설로 바그너그룹에 대한 가혹한 대응을 예고함.

그런데도 바그너그룹이 리페츠크주를 지나 모스크바에서 불과 200㎞ 거리까지 거리를 계속 좁히면서 모스크바 남부 외곽 지역에 검문소가 설치되는 등 긴장이 고조됐으나, 푸틴 대통령과 프리고진 사이에서 중재역으로 나선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병력 이동 중단 등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다고 밝히면서 극적으로 상황이 해소됨.

프리고진은 이날 오후 8시 30분께 모스크바로 진격하던 휘하 용병들에 철수를 지시했다고 밝혔으며, 크렘린궁은 프리고진에 대한 형사입건을 취소했고 프리고진이 벨라루스로 떠날 것이며 바그너그룹 병사들도 기소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

이어 로스토프나도누에서 바그너그룹이 철수하면서 무장반란 종식. 크렘린궁과 프리고진 간에 이뤄진 합의의 세부 내용은 공개되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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