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자연재해 대응 역량 키울 때 人災 막을 수 있어

자치단체, 올여름 역대급 장마 철저한 대비를
저지대·지난해 水害 입은 곳 재점검해야
산사태 취약한 곳도 꼼꼼하게 챙겨야 할 때

전국에서 동시에 시작된 장맛비가 예사롭지 않다. 장마 첫날인 지난 26일 제주에는 200㎜, 호남과 경남에는 80㎜의 많은 비가 쏟아졌다. 강원자치도 영서지역에는 오는 30일까지 많은 비가 올 것으로 예보돼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저기압의 영향으로 이번 주말까지 비가 자주 내릴 전망이다. 다음 달과 8월에도 평년과 비슷하거나 많은 강수량이 예상된다.

특히 자치단체는 지난해 수해를 입은 곳에서 다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집중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더욱이 집중호우는 반드시 태풍을 몰고 온다. 과거에도 매미, 루사 등 장마보다 큰 피해를 낸 태풍들이 있었던 만큼 태풍 대응에 한시도 긴장을 늦춰선 안 된다. 해당 자치단체들은 취약지를 긴급 점검하고 사전 대피 조치 등의 만전을 기해 나가야 한다. 지난해 기록적인 ‘폭포비’와 태풍 ‘힌남노’ 피해를 입은 지역도 복구가 진행 중이다. 강원자치도에 따르면 2022년 호우 피해를 입은 공공시설 68개소 중 6곳은 아직 복구가 끝나지 않았다. 도로, 지방하천, 사유림 등이다. 도심 주택가에도 불안 요인은 여전하다. 집중호우 시 침수 피해가 우려되는 반지하 주택 41곳 중 26곳만 물막이판과 역류방지시설 설치가 완료됐다.

춘천(12곳), 강릉(3곳)의 반지하 주택은 이번 주 중에 설치될 예정이라고 한다. 자치단체는 자연재해에 대응하는 역량을 키워 나가야 한다. 장마 때마다 정부와 자치단체가 땜질식 처방에 그친 점도 ‘예고된 인재(人災)’를 양산했다. 불가항력적인 천재지변이야 막기 힘들지만 예측 가능한 재난 대비와 판단력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즉, 천재지변이라 할 정도로 역대급인 이상기후는 인력으로 어찌할 수 없다지만, 그 대처 과정에서 판단을 그르쳐 소중한 인명을 잃거나 안이하게 같은 피해가 되풀이된다면 이는 인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2020년 8월 춘천 의암댐에서 인공 수초섬을 지키려다 경찰순찰정 3척이 전복돼 인명 피해가 났던 사건이 이런 사례였다. 안전에 대해서는 과하다 싶을 만큼 철저히 대비해야 인재를 피할 수 있다.

그리고 각종 재해에 대한 복구는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 올 4월 발생한 강릉 산불 긴급 벌채 대상 면적 62㏊ 가운데 8㏊만 벌채가 완료됐다. 사업비 전액(21억원)이 국비로 추진되는데, 아직 집행되지 않아 시 예산을 들여 일부만 벌채하고 있는 실정이다. 산사태 예방, 산지 사방사업도 마찬가지다. 28개소 9.24㏊ 면적에 옹벽, 큰 돌 등을 쌓는 사업은 7월부터 시작된다. 올여름 장마가 역대급으로 예상되는 것은 기후 변화 때문이다. 평상시와 다른 기상 행태를 보이는 바람에 일기를 정확하게 예측하기도 어렵다. 그럼에도 침수가 우려되는 저지대나 천변을 재점검하고 산사태에 취약한 곳도 꼼꼼하게 챙기는 등 할 수 있는 준비는 다 해야 한다. 비상한 각오로 선제 대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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