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양호 상류 인제군 부평리에는 특이한 댐이 하나 있다.
흔히 ‘신남 수중보’라고 부르는데 호수의 만수 구역 내에 만들어진 ‘호수 내 호수’이므로 학술적으로 부댐이라고 분류하기도 한다.
만수 시에는 물속에 완전히 잠겨 보이지 않지만 수위가 낮아지면 댐이 드러나 물을 가두어 두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일정한 수위를 유지하여 갈수기에도 마르지 않고 수생태계 서식지를 제공하며, 홍수 시에는 탁수를 정화하는 침전저류지로서 하류의 수질을 개선하도록 만들어진 것이다.
그런데 지금 신남 수중보의 수문을 열어 두어 물이 배수된 상태이며, 노출된 저류지 바닥에는 흙가마니를 쌓아 큰 보가 또 하나 설치되어 부댐으로 형성되는 호수를 둘로 가르고 있다. 빙어축제에 사용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일명 ‘빙어보’라고 부른다는데 그 크기가 본래 부댐의 규모에 버금간다.
대형댐은 홍수기에 물을 가두고 갈수기에 수자원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태생적으로 연중 수위 변동이 크다. 소양호는 연간 변동이 20m 이상으로 국내 최대이며, 갈수기에는 수면적이 줄어 만수구역의 절반이 노출된다. 댐 수변은 연중 일부 기간만 물에 잠기므로, 만수 시에는 물에 잠겨 식물이 죽고 갈수기에는 노출되어 식물이 살기 어려운 건조지대가 된다. 그러므로 대형댐은 수생식물이 살기 어려운 조건을 가지며, 그로 인해 수중 동물의 중요한 서식처가 결여되어 있다. 호수에 사는 많은 동물이 수생식물에 알을 낳고 치어를 키우고 살기 때문에 수생식물의 존재는 동물 다양성을 유지하는 필수 조건이다.
이러한 대형댐의 환경적 결함을 조금이나마 덜기 위해 고안해 낸 방안이 부댐이다. 댐 내에 작은 수중보를 만들어 수위가 낮아져도 물이 고여 있게 하면 갈수기에도 수생식물이 말라 죽지 않고 생존한다. 댐의 수위가 높아지는 홍수기에는 부댐이 잠시 물에 잠기고 본댐의 호수와 연결되어 어류의 이동이 가능하다. 산란장이 부족한 댐의 어류에게 알을 낳을 수 있는 서식지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뿐 아니라 폭우 시 탁수가 발생하는 우리나라에서 부댐은 탁수를 침강하여 정화하는 기능도 가진다. 이 때문에 환경부에서는 탁수 발생지역에 침전저류지를 만들어 주는데, 대형댐에서는 유입부에 설치하므로 전처리댐이라고 부르며 유사조절지라고 부르는 곳도 있다.
강원도에는 대형댐의 전처리댐 개념으로 만든 부댐이 세 곳 있다. 두 곳은 파로호 상류의 양구읍 한반도 습지와 화천군 간동면 부댐인데 정상적으로 운영하여 탁수저감 효과를 보이며 다양한 동식물이 사는 멋진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인제군의 신남 수중보가 나머지 하나인데 이 지역에서 탁수가 많이 발생하므로 소양호의 탁수 정화와 수생태계 개선을 위해 설치한 것이다.
그런데 소양호 부댐은 물을 배수하여 탁수 정화 기능을 없애고, 하상을 노출시켜 수생식물 서식지도 없애 버리며, 당초 건설 목적과 다르게 운용하고 있다.
부댐 한가운데에 흙가마니로 만든 임시 댐은 부댐서식지 내 동물의 이동을 제한하는 구조물로서 생태학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으며 경관도 좋지 않다.
근래 지역축제나 물놀이를 위하여 하천을 막거나 변형하는 사례들을 종종 볼 수 있는데 자연환경은 지역 주민이 마음대로 변형할 수 있는 사유물이 아니며 전 인류의 공공자원이다. 수질 변화는 하류의 많은 주민에게 영향을 미치고, 생태학적 피해는 전 인류의 손실이기 때문이다. 자연을 즐기고 축제를 하더라도 자연 변형은 최소화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