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간과 자연이 빚은 아름다움을 간직한 강원도는 사진의 소재가 무궁무진하다.
강원도에서 활동하는 사진기자들은 자연 생태계에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으며 10년 이상 자연을 바라보면 전문가 버금가는 식견이 만들어진다. 동해에 서식하는 바다 생물과 백두대간의 숲에 깃들어 사는 다양한 생명의 생활사는 사람들에게 신비감과 경외감을 준다.
강원도 자연 생태계의 다양한 생물의 모습을 30년 정도 관찰하다 보니 나름 안목이 생겼다. 1990년대에 강원 산간계곡에서 관찰되던 생물들이 지금은 자취를 감춰 보기 힘들어졌다.
강원의 깊은 계곡에 이끼로 집을 지으며 살아가는 새가 있다. 큰유리새다. 암컷은 연한 갈색톤의 깃털로 수수하게 생겼으나 수컷은 파란색의 깃털을 갖고 있다.
파란색의 깃털로 몸을 치장한 새는 보통 파랑새, 청호반새, 청둥오리 등이 있으나 가장 매력적인 깃털을 갖고 있는 새는 큰유리새 종류다. 마음을 홀리는 색으로 사람들의 눈길에 자주 관찰되다 보니 유리새들은 보통 예민한 게 아니다. 접근하기 어려울 뿐더러 둥지를 발견하기는 더욱 힘들다. 그 밖에 1968년까지 광릉수목원에서 관찰되던 딱따구릿과의 대형종인 크낙새는 북 개성 부근으로 서식지를 옮긴 지 오래다. 까막딱따구리도 철원, 화천, 양구, 인제, 춘천, 홍천, 원주, 정선 , 영월 등 도내 전역에서 서식하던 새로 서식지에서 사라져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또한 조류 전문가들은 큰유리새, 호반새, 청호반새 또한 같은 운명으로 서식지가 조금씩 북상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남해안과 그 주변 섬에서 서식하던 동박새는 강릉에서, 팔색조는 춘천, 양양에서 번식 장면이 확인되는 등 기후변화를 몸으로 체험하고 있다. 곤충도 기후 변화로 인한 서식지가 크게 바뀌고 있는 실정이다. 남부지역에서 관찰되던 나비잠자리는 북한강변의 터줏대감이 된 지 오래고 큰주홍날개부전나비도 왕왕 강원도에서 관측돼 온난화의 결과를 실감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는 비단 강원도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어젠다로 부상하고 있다. 온난화는 기후 변화와 생물 다양성 감소로 이어지고 따뜻한 기온은 전염병의 창궐로 이어져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강원도는 기후 변화의 일선에 서 있는 곳이다. 지구 온난화에 따라 종 다양성이 사라지면 인류의 삶도 안녕하지 못하다. 과거 신문 지면을 통해 삶의 모습을 보여주던 생물들이 사라지면 다음은 인류의 설 자리도 점점 사라지기 때문이다.
15년 전 청평사 계곡에서 큰유리새를 만나 번식 과정을 기록한 후 좀처럼 보지 못했던 이 새를 올 6월 다시 만났다. 춘천시 동산면 봉명리계곡에서 이끼로 둥지를 짓고 2세를 키워내는 큰유리새의 소식에 한걸음에 달려가 사생활을 지켜봤다. 신비로운 큰유리새가 오래도록 강원의 땅에서 다음 세대를 기르고 생활사를 이어갔으면 좋겠다. 고향인 강원에서 안정된 환경에서 지속적으로 살아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