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10일)은 일 년 중 가장 더운 날이라는 말복이다. “복더위로 찌든 날씨에/ 맑은 계곡을 찾아가서/ 옷 벗어 나무에 걸고/ 노래를 부르며/ 옥같이 맑은 물에/ 세상의 먼지와 때를 씻음이 어떠리.” 조선 영조때 해동가요를 쓴 김수장의 시조다. 우리 선조들은 강이나 개천에서 물고기를 잡는 천렵을 즐기며 차가운 물에 발을 담그고 더위를 이겨냈다. 하지만 지금은 지구의 기후변화로 이렇게 무더위를 이겨내기가 결코 쉽지 않다. ▼가을이 시작된다는 입추(8일)는 지났지만 더위의 기세는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여름 휴가도 아직까지는 한창이다. 하지만 절기는 이미 가을로 들어섰다. 처서는 여름 더위가 물러나고 선선한 가을을 맞이하게 된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올해는 이달 23일이다. 아직도 2주 정도 더 남았다. 처서가 지나면 모기의 입도 비뚤어져 잠자리도 한결 나아진다고 하니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복날이면 보신탕을 먹는 것도 이제는 과거가 됐다. 오히려 “개 팔자가 상팔자”라는 말이 딱 맞다. 요즘 개의 지위는 애완견 시대를 지나 ‘반려견’까지 올랐다. 저출산·고령화로 아이가 줄고,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펫팸족’(펫패밀리)이 많아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지난해 조사(2022 동물보호 국민의식조사)에서 반려동물 직접 양육 가구 수와 양육 인구는 각각 602만가구와 1,300만명으로 추정돼 4가구 중 1가구(25.4%)에 달했다. 애견호텔, 애견장례업체, 개유치원 등이 성업 중인 세상으로 바뀐 이유다. ▼유난히 더웠던 올여름이다. 말복 더위는 어떨까 걱정했다. 그러나 무더위보다 더 두려운 태풍이 상륙했다. 복날에 먹는 ‘복달임’ 음식에는 단순히 음식을 함께 먹는다는 것뿐만 아니라 선조로부터 내려온 ‘나눔’과 ‘배려’의 마음이 배어 있다. 궁핍한 삶 속에서도 가족이나 이웃과 한데 어우러져 서로 건강과 안부를 챙겨 주던 아름다운 전통이다. 수해나 태풍 피해로 시련을 겪는 이들이 있다. 그들과 정을 나누는 ‘말복’이라면 더욱 뜻깊은 날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