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를 위해 헌신한 국가유공자들은 제대로 대접 받아야 한다. 그러자면 이들을 위한 국가의 정책은 주도면밀해야 한다. 그런데 기초생활수급자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 5% 이상 인상된 보훈급여를 포기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어 어처구니없다. 보훈급여가 소득인정액에서 공제되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강민국 국회의원이 국가보훈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강원서부·동부보훈지청에 접수된 보훈급여금 포기 신청자 수는 2020년 2건, 2021년 3건, 2022년 2건으로 총 7건에 그쳤지만 올해는 지난달까지 총 30명이 수급을 포기했다. 전년 대비 15배가 폭증한 셈이다.
우리나라 보훈제도는 1984년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의 제정으로 오늘날 제도의 틀을 갖추게 됐다. 국가를 위해 희생하고 공헌한 국가유공자에 대해 합당한 경제적 처우와 국가유공자로서의 영예를 부여하게 된 것이다. 외형적으로는 월남전 참전용사 및 5·18민주 유공자 등으로의 대상 확대와 생활조정수당 제도 도입 등으로 제도의 내실화를 기해 왔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IMF 경제위기와 2000년도 이후 고령화사회 진입으로 인한 저소득 보훈대상자의 확대로 이들에 대한 새로운 지원 방안의 모색을 요구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국가유공자의 경우 대부분 60세 이상의 고령자이고, 고령화로 인한 빈곤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이들을 돕기 위한 정책 수단은 정교해야 한다. 현실을 똑바로 파악하지 못한 국가유공자 예우가 오히려 이들에게 상처가 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국가를 위해 몸을 바쳐 희생한 국가유공자들이 더는 생활고를 겪지 않도록 모든 보훈급여는 당연히 소득공제 대상이 돼야 한다.
국가유공자 80대 이모씨가 기초생활수급자 자격 유지를 위해 월 27만4,000원씩 받아온 무의탁수당을 올해부터 포기했다는 본보의 보도(10월12일자 5면)는 우리나라 보훈정책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보훈정책을 다시 들여다봐야 할 때다. 국가를 위해 희생하고 공헌하신 분들에게 생활 안정과 복지 향상을 도모하고 영예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대우하고 지원하는 것은 국가의 의무다. 대한민국의 오늘은 보훈대상자의 값진 희생과 공헌으로 만들어진 것인 만큼 보상 수준도 유공자로서의 품위와 사회적 지위가 보장될 수 있는 수준에서 이뤄져야 할 것이다. 다만, 수당액의 인상에는 상당한 예산의 소요가 예상되는 만큼 충분한 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다각도의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국가유공자의 희생과 헌신이 헛되지 않게 해야 할 때다. 대한민국 이 땅에 살고 있는 우리로서는 국가유공자들에게 할 수 있는 최고의 경의와 최대의 예우를 그들과 유족들에게 베풀어야 한다. 그래야 국가안보의 방벽은 더 튼튼해진다. 한반도는 여전히 위기 국면이다. 국가유공자들을 실질적으로 예우하는 일이 우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