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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살아가는 일이란 밑으로 시작해, 밑을 보여주며 끝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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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에서 활동하는 김남권 시인 시집 ‘천 년의 바람’

평창에서 활동하는 김남권 시인이 시집 ‘천 년의 바람’을 펴냈다.

시집은 ‘부르지 못한 별의 노래’, ‘밑의 사회학’, ‘면국통일’, ‘내자는 가고 하니가 왔다’ 등 4개의 목차를 비롯해 황정산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의 해설이 담겨있다. 시집의 표제작이기도 한 시 ‘천 년의 바람’은 다시 시작된 바람과 인연에 관해 이야기한다. 평창강을 휘돌아 나가는 장암산 푸른 길목을 돌아 서로 알아차렸던 그 달빛 아래에서 당신의 눈동자가 가슴에 닿았다. 천 년의 바람이 지나간 자리에는 그리움의 사레가 걸리고, 당신이 걸어간 별빛 아래에 바람의 발자국이 다시금 녹기 시작했다. 또 한 번 인연과, 바람이 시작됐다.

그의 시는 끝을 모르는 그리움에 대해 노래한다. 자신의 그늘 아래 들어온 그리움 안에서 잊힌 추억을 음미하며, 누군가는 가치 없다고 여길 가치들을 환기 시킨다. 그의 시선 속에서 우리는 우리가 무엇을 잊거나, 잃고 살고 있는지 그리고 무엇을 그리워하는지를 미약하지만, 느껴볼 수 있다.

그렇다면 그의 가슴 속에 켭켭이 쌓여있는 그리움은 어디에서 오는가. 바로, 아래에서부터다. 그의 시 ‘밑의 사회학’이 그 근거가 된다. ‘살아가는 일이란 결국 밑으로 시작해서 밑을 보여주며 끝난다’. 덧붙여 김 시인은 사랑하는 사람도 살다가 밑을 보여줄 때 사랑이 완성됨을 강조한다. 결국, 그에게 있어 삶이란, 그리고 그 삶에서 오는 그리움은 모두 밑을 향한 사랑이라 정의할 수 있겠다.

김 시인은 “그늘이 자꾸 눈에 밟힌다. 살아오는 동안 누구의 그늘이 된 적 있었던가를 생각해봤다”며 “그늘이 깊어야 생명을 품을 수 있고, 날개를 쉴 수 있다”고 전했다. 밥북 刊, 125쪽,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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