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책] “성장통 딛고 한 뼘 성장하는 아이들”… 동화 ‘여름이 지나면’

◇엄은희作 ‘여름이 지나면’

평창 출신 엄은희 작가가 동화 ‘여름이 지나면’을 펴냈다. 작품 속 두 편의 중편 동화는 커진 몸만큼이나 마음이 단단해지는 초등학교 고학년 시기 아이들의 성장기를 담았다.

첫 번째 이야기 ‘여름이 지나면’은 서로의 아픔을 위로하는 세 친구의 우정과 성장기를 그렸다. 주인공 도희에게 매일 술을 마시고 소리를 지르는 아빠와 냄새나는 생선을 파는 엄마가 있는 집은 피하고 싶은 공간이다. 도희의 쓸쓸한 마음을 채워주는 건 큰 느티나무가 있는 향주사에서 사는 한비와 엄마를 잃고 아빠와 둘이 사는 진이. 세 친구는 서로의 아픔을 보듬으며 끈끈한 우정을 나눈다.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키만큼 커지는 고민들과 날카롭게 꽂히는 아픔에 힘들어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청소년기를 지나온 어른들에게도 코 끝 찡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따듯하고 섬세한 시선으로 아이들의 성장기를 담은 작품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덧 어른들의 마음도 한 뼘 성장한다.

두 번째 이야기 ‘증조할아버지가 준 선물’은 철없는 아이들의 모습에 절로 웃음이 나게 하는 작품이다. 훌쩍 자란 몸과 달리 천진한 동심이 남은 아이의 모습을 그린 작품은 장난스러운 소년 ’나온‘이를 유쾌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나온이는 일년 내내 기다리던 생일 파티를 앞두고 들려온 증조할아버지의 부고 소식에 시골 장례식장으로 향한다. 좋아하는 나래와 생일 파티를 할 생각에 들떴던 나온이에게 갑작스러운 부고 소식은 그저 짜증나는 일이었다. 하지만 생전 처음 보는 장례식장의 모습과 슬퍼하는 어른들의 모습에 나온이의 마음에도 물기가 어린다. 증조할아버지와의 추억을 회상하며 슬퍼진 나온이의 때 묻지 않은 마음은 독자들은 웃고 울린다.

엄은희 작가의 애정어린 시선이 어수현 작가의 포근한 그림으로 표현된 작품은 어려움 가운데서도 멈추지 않고 피어나는 아이들의 꿈과 희망을 전한다. 고래책빵 刊. 93쪽. 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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